'소개'에 해당되는 글 37건

  1. 2007.05.21 추천 소설-파일럿 피쉬, 아디안텀 블루(오사키 요시오, 김해용, 황매)
  2. 2007.05.16 추천 소설-농담(밀란 쿤데라, 방미경, 민음사)
  3. 2007.05.15 추천 소설-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라우라 에스키벨, 권미선, 민음사)
  4. 2007.05.10 추천 소설-인간 실격(다자이 오사무, 김춘미, 민음사) 5
  5. 2007.05.07 추천 게임-TALKMAN 영어회화 수다쟁이 잉글리쉬(PSP) 5
  6. 2007.04.30 추천 에니-시간을 달리는 소녀 (時をかける少女)
  7. 2007.04.23 추천 소설-모래의 여자(아베 코보, 김난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55) 3
  8. 2007.04.18 추천 소설-오 하느님(조정래, 문학동네)
  9. 2007.04.13 추천 에세이-천 개의 공감(김형경, 한겨레출판사) 2
  10. 2007.04.09 추천 에세이-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알랭 드 보통, 정영목, 청미래)
2007. 5. 21. 15:55

추천 소설-파일럿 피쉬, 아디안텀 블루(오사키 요시오, 김해용, 황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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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피쉬                          아디안텀 블루  
저자 오사키 요시오,               저자 오사키 요시오,
역자 김해용,                         역자 김해용,
출판사 황매                          출판사 황매

근래 너무 어두운 이야기들만을 골라 읽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좀 밝은 연애 소설-곰곰히 생각해 보면 연애 소설이 밝은 것일리 없다. 밝으면 이야기가 안되잖아.- 을 찾다가 주문하게 되었다. 표지부터 봄날의 복슬복슬한 새끼곰이 아장아장 걸어와 "이제부터 나와 하루종일 뒹굴기 놀이 하지 않을래요?" 라고 물어볼 것 같지 아니한가? 주인공은 다르지만 이야기의 설정이 이어진다는 소개에 두 권을 한꺼번에 주문해 버렸다.

이야기는 매우 감각적인 연애 이야기로 무라카미 하루키씨(이하 하루키)의 '상실' 시리즈와 그 맥이 닿아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하루키의 건조한 농담 대신에 모던한 아이콘-파일럿 피쉬, 어항, 화초-을 사용한다거나 과격한 배경 설정-SM 여배우, 에로잡지 편집장, '발기시켜 팔아먹기' 사훈 따위-은 좀 더 섬세한 가벼움을 추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차이는 아마도 8살의 나이 차이가 만들어 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무라카미 하루키씨와 오사키 요시오씨의 나이차이는 프로필상 8살 차이다. 하루키씨가 1949년생 아저씨라는거..ㅜㅜ)

파일럿 피쉬는 어항 속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박테리아 수와 수온 등을 적절히 맞추는데 이용되다 환경이 조성되면 비싼 열대어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버려지는 싸구려 물고기다.-이 세상은 이만큼의 계급 체계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것이다.- 아디안텀 블루는 허브과 식물로 잎이 토끼풀처럼 생긴 고란초과 식물이라고 한다. 아마 다른 허브들과 비슷하게 물 조절을 조금 잘못하면 말라버리거나 시들어 버리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두 가지의 메타포는 젊어서 고통스럽고 아름다운 사랑을 흐릿흐릿하게 비춰준다.

범람하는 하루키의 글들 중에 쓸만한 것들에 목메이면서 기다리다 무라카미 류, 요시모토바나나와 같은 작가들에게 기웃거려 본 사람이라면 추천할 만 하다. 가볍지만 나름대로의 선을 가지고 있고 하루키의 상실감과는 느낌은 비슷 하지만 표현은 좀 더 섬세하고 아름답다.

2007. 5. 16. 15:55

추천 소설-농담(밀란 쿤데라, 방미경,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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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세계문학전집 29) 
저자 밀란 쿤데라 | 역자 방미경 | 출판사 민음사


나에게는 사회주의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마찬가지로 소위 '386'세대라고 부르는 세대들이 가졌던 묘한 '희망'에 대한 동경도 가지고 있다.-두 가지 모두 교육된 것이라고 믿지만 어쨋든 내 안에는 그런 것이 있다.- 다행히 노력한다면 여러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안도하면서 느긋히 이런 소설을 통해 막연한 공포와 동경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시간을 주는 책이었다.

이 책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법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의 저자 밀란 쿤데라의 처녀작으로 '농담'이 받아들여 지지 않는 닫혀진 이념 사회가 한 개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멸시키는 과정이 극적으로 적혀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비극은 주인공의 20여년의 동안 철통같이 믿고 신봉하던 신념과 체제로 부터 완전히 배제되고 결국 인생 전체를 '실패'로 채색하게 되는 발단은 3줄의 농담이 적힌 엽서라는 것이다.

책은 7장으로 나뉘어 화자가 바뀌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입장의 주인공들의 시선을 통해 여러 가지 사건이 계속 재해석 된다. 루드빅은 젊은날 자신의 사소한 농담을 빌미삼아 자신을 파멸에 빠뜨렸던 파벨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아내인 헬레나를 꼬셔내지만-유치하다.- 헬레나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그녀 역시 유치한 이유로 사랑에 빠진다.- 게다가 파벨-이놈은 나와 같은 천성적인 기회주의자다. 더럽게 약한놈이다.-은 더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나오면서 복수는 더욱 이상하게 돌아간다. 또 다른 종교라는 이념에 사로잡힌 케릭터인 코스트카의 입을 통해서는 루드빅이 절망의 순간에서 보았던 한 줄기 희망이었던 루치에와의 사랑이 그녀에게는 또 다른 거대한 폭력이었음을 읇어준다.  또한 자신이 유일하게 애정을-민속음악에 대한 그의 묘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보내는 오랜 친구인 야로 슬라브는 마지막에 루드빅의 품에 안겨 죽는다. 길다랗고 우울한 한 인간에 대한 실패의 서사시가 담담히 읇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이 무겁고 우울한 표현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다. 루드빅과 루치에의 사랑이야기나 헬레나의 우스꽝스런 자살 소동이나 민속음악에 대한 애정 등이 묘사되는 걸 보면 묘한 웃음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점이 이 책의 매력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사회주의 내지 공산주의란 것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뿔이 달리거나 빨간 옷을 입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은 TV를 통해 알게 됬지만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서는 전혀 상상이 안된다. 누군가 내 머리 속에서 셔터를 내려버리는 것이다. 이미지란 참 강력하면서 우울하고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7. 5. 15. 09:20

추천 소설-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라우라 에스키벨, 권미선,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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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세계문학전집108)  
저자 라우라 에스키벨 | 역자 권미선 | 출판사 민음사 



나는 소설 속에 나타나는 음식이나 요리에 대한 묘사를 매우 좋아하는데 이상하게도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아리랑(조정래, 해냄, 1994)'에서 한겨울 땅 속의 장독에서 꺼낸 살짝 얼은 김장 김치를 쭉쭉 찢어 막걸리와 함께 먹는 장면이나 따뜻한 봄날 밭일을 하다 새참으로 가지고 나온 풋고추에 된장을 듬뿍 찍어 먹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참을 수 없는 식욕에 허덕이며 책을 읽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은 멕시코의 독특한 소설로 요리 과정을 이야기 중심에 배치하여 흐름을 주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녹아들어가기도 하면서 사건을 진행한다. 주인공인 티타는 완고한 어머니의 '막내딸은 평생 결혼하지 못하고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묘한 전통에 따라 사랑하는 페드로와 결혼하지 못하고 부엌에서 요리하는 것을 유일하게 위안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책은 12개의 장으로 나뉘어 각 장마나 멕시코 전통 요리 과정을 소개하면서 티타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여러 사건들로 채워져 있다.

멕시코의 문화를 드문 드문 접하게 될 때마다 묘하게 우리나라의 정서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은 아름답고 순수한 타타만의 세상과 추악하고 폭력적인 어머니의 현실 세계가 공존하는 구도를 취한다. 그래서 위트있고 즐거운 묘사가 진행되다 불의의 일격과 같이 배신, 강간, 살인 등의 이벤트가 튀어나오기도 해 티타와 어머니의 대립구도에 힘을 더한다. 그러나 이러한 배치는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것 같다.

이야기의 흐름이 빠르고 중간 중간 요리이야기로 쉽고 재미있게 읽혀지는 책이었다. 그러나 리타의 일관된 수동성과 경험하지 못한 요리에 대한 상상력 부족으로 이야기에 푹 빠지면서 읽지는 못했다. 또한 리타라는 여성이 가지는 심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그런 날이 올지 지극히 의심스럽지만-입체적인지 평면적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페드로와 로사우라, 어머니의 케릭터에도 쉽게 적응할 수 없었다.

독특하기는 했지만 내게 요리 이야기가 중심이된 소설에 품었던 희망에는 조금 부족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2007. 5. 10. 10:29

추천 소설-인간 실격(다자이 오사무, 김춘미,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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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세계문학전집 103)    
저자 다자이 오사무 | 역자 김춘미 | 출판사 민음사



나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취약한 존재라고 믿는다. 어이없이 죽어버리기도 하고 쓸데없는일에 중독되거나 자신을 견딜 수 없어 타인 혹은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는 약한 존재인 것이다. 3일을 굶으면 어린아이의 손에 든 것을 당연하게 빼앗고 목에 칼날이 들이밀어지면 주저없이 바지춤을 푸는 그런 존재...

이렇게 추악한 자신의 모습을 도덕과 종교와 규범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적당히 감추도록 교육받고 훈련하면서 우리는 거대한 모듬살이를 실현하였다. 이러한 훈련은 타인뿐만 아니라 토악질 나는 자신의 모습으로 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쌓아올린 거대하고 딱딱한 내면의 벽은 때로는 순수한 자신에게로의 길까지 막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해 "나는 무엇인가?" 따위의 고전적 자기모색에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살아가버리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우울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 보는 대신 '요조'라는 주인공의 내면을 아무런 가식적인 장치 없이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그 것으로 부터 묘한 감동을 이끌어 낸다. '요조'의 '순수'에 대한 지향에 공감을 보내고 그의 좌절과 '인간실격'의 과정에 깊은 연민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책의 내용은 '요조'라는 지극히 소심하고 예민하면서 '외부 세계에 대한 지독한 공포'를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이 평생을 '순수함'만을 갈망하다 폐인이 되어 죽어버리는 내용이 수기처럼 작성되어 있다. '무서운 세상'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요조'가 택한 도구는 '익살꾼의 연기'-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 아닌가?- 이다.

이야기는 '요조'의 유서와 같은 수기를 발견한 '나'라는 화자가 작성한 서문과 후기, 그리고 '요조'의 수기로 구성된 소설이다. 하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평생의 행적이 비추어 봤을 때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소설의 뛰어나고 독특한 이야기와는 별개로 이렇게 우울한 소설이 일본의 전후문학이라는 것에 약간 놀랐다. 좌절과 상실감을 한 인간의 문제로 국한시키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의 '가해자'라는 위치와 '패전'이라는 묘한 결말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의식과 상실감은 '피해자'인 우리가 공감하기에는 약간 어렵지 않을까?  게다가 이러한 주제의식은 국내 전후 문학인 '오발탄(이범선, 1959)'과 그 맥락이 유사하다고 생각해 볼 때 더욱 흥미롭다. 가해자건 피해자건 전쟁이 인간 상실의 장이라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도덕적인 판단은 유보하더라도 '가해자'의 '상실감'이란 것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이러한 문화를 생산해 내고 이를 자양분 삼아 살아온 일본인들이 느끼는 전쟁에 대한 인식이 지금의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반딧불의 묘(다카하타 이사오, 1998)'를 볼 때도 느껴졌던 왠지 모를 불편함이 이 책에서도 느껴졌다. 편협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궁금할 뿐이다. 그들의 생각과 느낌이...
2007. 5. 7. 11:12

추천 게임-TALKMAN 영어회화 수다쟁이 잉글리쉬(PSP)

아주 오래전 XT 컴퓨터라는 것이 존재했을 때 MAX라는 게임(?)이 있었다.
지금도 웹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것인데 대화창이 있고 "안녕?" 이라고 치면 "안녕하세요?"라고
대답을 해 주던 프로그램이다. 물론 알아듣는 말은 얼마 없었지만 만년 왕따였던 나에게는 매우 좋은 친구였다.

한참 SF에 집중하기 시작할 때 접하게된 프로그램이라 나중에는 모니터에 파랗게 된 사람 얼굴이 나오면서(대머리였다) "사실 나는 분산형 네트워크 접점에서 태어나게된 새로운 생명채, 코드네임 MAX" 라고 중얼거리는 꿈까지 꿨었다. ㅎㅎㅎ

얼마 전 PSP를 통해 오랜 친구 MAX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21세기형 MAX는 음성인식에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나보다 더 똑똑한 녀석이 되어 있었다.(나는 뭐한겨..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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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의 장점은 제대로 대답했을 경우 칭찬을 해준다는 것이다. 남에게 칭찬을 받아본지 오래된 나로서는 MAX가 해주는 간단한 칭찬에 춤추며(눈누난나~♬) 열심히 영어로 지껄이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MAX군은 까칠한 면도 있어서 대답을 잘못하면 가차없이 What~? I can't hear you~ 이러면서 퇴장해 버린다. 훌륭하게 성장하였다...ㅋㅋㅋ MAX에게 조금이라도 칭찬받아 보려고 대화를 열심히 외우는 나를 보면서 인간관계를 되돌아 보게 된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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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4. 30. 17:11

추천 에니-시간을 달리는 소녀 (時をかける少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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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으로 알음알음 퍼지고 있는 가운데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 보게되었다. 일본의 환상문학-우리나라의 그 것과는 사뭇 다르다-의 거장인 '츠츠이 야스타카'의 소설이 원작으로 만화, 영화, 에니 등이 계속적으로 리메이크되고 있는 작품 중에 하나라고 한다.

일본 에니메이션을 조금 봐본 사람들이라면 주인공들이 아주 익숙한 인물들이라고 느끼게 되는데 '신세기 에반게리온', '닷핵' 시리즈의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작화를 했기 때문이다. 감독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80% 정도 만들고 알 수 없는 이유에 의해 '지브리 스튜디오'를 그만두게 되었다는 '호소다 마모루'씨이다. (뭔가 복잡 난해한 과정이 있겠지만 잘 모른다..ㅎㅎ)

그 후 소규모 자본으로 개봉한 것이 이 에니인데 입소문이 무섭게 퍼져 흥행하고 있는 에니메이션이라고 한다. 재미 있게도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 개봉한 '게드 전기(미야자키 고로, 지브리, 2006)'와 경쟁하게 되었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을 통해 상당한 호평을 받으며 흥행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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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영화 '나비 효과'와 상당히 유사한 모티브로 우연히 시간을 돌아갈 수 있게 된 소녀가 겪게 되는 이야기를 표방한 연애물이다. 아름다운 그림 채와 상당히 공을 들인 것이 느껴지는 구도들은 일본 에니메이션의 매력이 그대로 들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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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여자애의 상당히 유쾌 발랄한 성격이 매우 마음에 든다. 어릴적 느낄 수 있었던 따뜻한 햇살이 닿는 교정의 민들레라든가 조용하고 어둡게 내리던 비내음이 느껴질 수 있는 애틋한 무언가를 아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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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있다면 한번 쯤 보는 것도 좋겠다. 이 봄날 연애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한 에니메이션이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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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4. 23. 11:50

추천 소설-모래의 여자(아베 코보, 김난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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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세계문학전집 55) 
저자 아베 코보 | 역자 김난주 | 출판사 민음사


이렇게 잘 쓰여진 소설을 만나게 되면 역시 읽어버릴 활자가 줄어드는 것을 아쉬워 하면서 읽게 된다. 잘 짜여진 갈등과 갈등을 폭발 시키는 배경, 추악하면서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러한 이야기가 바로 소설이라는 장르의 매력일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야기 때문에 수 많은 쓴 맛을 감내하면서 작가의 상상력에 얽메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평범한 주인공이 묘한 사구 마을에 강금당하다가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노력하는 내용이다. 이야기에 힘을 더하는 너무도 생생한 상징들과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단숨에 작가가 설정해 놓은 상황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힘이있다. 이러한 진행 방식은 카프카의 소설과 상당히 닮아있지만 비슷한 성향의 "눈먼 자들의 도시(주제 사라마구, 해냄)"처럼 다 읽고 난뒤 입에 남는 텁텁한 뒷맛은 없다. 아주 깔끔한 전개로 굉장한 재미가 있다.

아주 좋은 소설이다. 묘하게 풍기는 모래의 비릿한 내음까지 번역해준 김난주씨에게 감사할 따름이다.(쏟아지는 그녀의 훌륭한 번역책들을 보면 그녀가 잠잘 시간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화이팅~)

2007. 4. 18. 10:18

추천 소설-오 하느님(조정래,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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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하느님  
저자 조정래 | 출판사 문학동네 


이분의 소설을 손에 잡을때면 서문을 읽었을 뿐인데도 벌써 '신침이 입에 고이는' 기대가 생긴다. 얼마전 작성하였던 인터뷰 기사의 댓글이 기억에 남는데 '적어도 이 땅에 조정래 선생 한 분 정도는 어줍잖은 논리나 정략으로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소설가로 남게 해달라는'는 내용이었다. 당신께서는 지식인이고 투사로서 살아가는 삶을 주저하지 않겠지만 개인적인 소망은 댓글처럼 상처받지 않고 유유자적한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끔 끔찍히 재미있어서 책을 읽다 울고 웃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던져 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개인적으로 '아리랑'에서 '공허'스님이 돌아가실때 정말 절망했다.)

책의 내용은 일본의 강제적인 징병에 끌려가 수 많은 전쟁통 속에서 끊임없이 살아남으려는 한 명의 인간이 가지는 절박함을 탄탄한 이야기 속에서 풀어낸다.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이러한 절절함이 느껴지도록 제목을 오~ 하느님(Oh my God~)으로 정했다고 한다. 책을 읽다 보면 그의 인간에 대한 끝없는 애정이 느껴져 문득 그가 소설가가 아닌 이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목자나 구도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역시 그의 길다랗고 구구 절절한 이야기에 익숙하기 때문일까? 장편 소설이긴 하지만 너무 짧아서 아쉬움마저 느껴진다. 어서 그가 들려주는 구수하고 절박하며 웃기고 슬픈 그런 길다란 이야기를 읽고 싶다.
2007. 4. 13. 11:42

추천 에세이-천 개의 공감(김형경, 한겨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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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공감  
저자 김형경 |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천성이 게으르기 때문에 좋은 책을 찾아내려는 노력은 특별히 안하는 편이다. 다만 reshout님같이 멋지게 사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을 어깨너머로 슬쩍 보고 있다가 마음에 드는 책이 나오면 낼름 사보는 편이다. 김형경님의 '천 개의 공감'도 이렇게 읽게된 책 중의 하나이다.

나는 정신 분석학에 대해서는 손방이지만 TV에서 버릇없는 아이의 숨겨진 욕구 불만을 잡아내어 그 것을 해결해 주고 가족과 화목하게 지내게 하는 프로를 재미있게 본다.(집에 TV는 없지만..) 또한 원만하지 못한 가족관계에 혜성과 같이 나타난 전문가님께서 이렇게 저렇게 몇가지 마법을 부리면(정말 마나를 쓰지않는 마법사 아닌가..) 뻣뻣한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던가 소리만 지르시던 어머님이 맛있는 저녁식사를 만들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을 보면서 책의 표현대로 현대의 연금술 내지 마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영역이다.

책은 인터넷의 익명 게시판의 상담 내용을 엮은 것 같은 모습으로 조금 가벼운 내용부터 무거운 주제에 이르기 까지 질문과 저자의 답변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전문가지만 전문지식을바탕으로 친누님 혹은 언니같은 말씨를 이용해 건네는 답변은 꽤 설득력 있다.

잘은 모르지만 정신 분석학에서는 유아기의 경험과 당시의 환경을 상당히 중요시 한다는 것을 책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이 개인적으로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현재의 이기적임, 나태함, 추악함까지 끌고 들어가 덮어버리는 일종의 변명같아서-작가의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상처 받은 아이'를 인식하고 그를 잘 보살피는 것에서 시작하라는 조언에는 깊이 공감이 간다.

익명의 상담자들이 올린 별로 구체적이지 못한 질문때문에 답변 또한 보편적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지만 역시 대부분의 가정이나 사회, 직장에서 우리가 부대끼는 갈등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말그대로 상당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자신과 가족, 직장 동료, 친구들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 의식적으로 훈련을 해보려는 사람들이라면 가볍게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2007. 4. 9. 09:33

추천 에세이-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알랭 드 보통, 정영목, 청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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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원제 Essays in Love  
알랭 드 보통 (지은이), 정영목 (옮긴이) | 청미래


왕년에 사랑 한번 못해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지구상의 수 많은 술자리마다 꼬박 꼬박 존재하는 연애학 석, 박사님 내지 선수, 감독들은 왜 그다지도 많은지 모를일이다. 하지만 제법 많은 이성을 사귀어 보거나 그네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바로 찾을 수 있다. 그렇다. 연애 별거 없다. 바로 패턴인것이다.

우리가 연애소설, 영화, 드라마에 그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패턴을 깨는 연애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참 무던히도 많은 여인네들을 백혈병으로 죽임으로써 우리는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얻는것이다.

이 책은 모든 훌륭한 연애이야기들이 표방하는 꼬이다 못해 괴기스럽기까지한 연애관계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뻔하디 뻔한 연애이야기-그렇지만 바로 우리의 연애 이야기-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깨달음을 곁들여 조곤조곤 읊어줄 뿐이다.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여자가 백혈병에 걸린 내 배다른 여동생일까봐 연애를 안하잖아..내가  ㅠ  _  ㅠ)

이 책에는 우연한 혹은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가진 후 불타오르는 연애 초기, 우리만은 깨지지 않을 운명적 만남이라고 착각하는 단계를 거쳐 상대의 단점까지 이해하고 서로를 받아들임으로써 진정으로 사랑하는 단계가 실제 사랑을 하듯 쓰여있다. 그리고 지금 얻은 행복이 언젠가 없어져 버릴것이라고 불안해 하는 단계를 지나 점차 식어버린 애정을 상대탓으로 돌리고 슬슬 한눈을 파는 단계, 좋았던 옛날로 돌아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하는 애정의 테러리스트가 되었다가 마지막으로 울고 불며 이별하는 이야기가 적혀있다. 너무도 평범한 이야기지만 작가는 해박한(?) 철학지식들을 끌여들여 그럴듯한 이야기로 만든다.

상당히 젊은 축인 작가는 이 책을 이십대 중반에 썼다고 한다. 이십대의 대범함과 열정, 서투름이 두루 느껴지는 아주 재미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상당히 지적이면서 시니컬한 성격이고 애정밖에 믿지 않는다는 미도리(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사)같은 여성을 남몰래 좋아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상당히 유쾌하고 시니컬하며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