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도서'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08.07.08 추천 도서-만들어진 신(리처드 도킨스, 이한음, 김영사)
  2. 2007.11.16 추천 소설-위대한 왕(니콜라이 바이코프, 김소라, 아모르문디)
  3. 2007.07.25 추천 도서-대한민국 개조론(유시민, 돌베개) 1
  4. 2007.07.05 추선 도서-오늘의 세계적 가치(브라이언 파머, 신기섭, 문예사)
  5. 2007.06.19 추천 소설-시계태엽 오렌지(앤서니 버지스, 박시영, 민음사) 3
  6. 2007.05.31 추천 소설-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Mark Haddon, Vintage)
  7. 2007.05.21 추천 소설-파일럿 피쉬, 아디안텀 블루(오사키 요시오, 김해용, 황매)
  8. 2007.05.16 추천 소설-농담(밀란 쿤데라, 방미경, 민음사)
  9. 2007.05.15 추천 소설-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라우라 에스키벨, 권미선, 민음사)
  10. 2007.04.23 추천 소설-모래의 여자(아베 코보, 김난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55) 3
2008. 7. 8. 09:30

추천 도서-만들어진 신(리처드 도킨스, 이한음,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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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양장본] 
저자 리처드 도킨스 | 역자 이한음 | 출판사 김영사 


이 분이 신을 믿지 않는 이유는 그가 '진실'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진실'은 객관적인 궁극성이 뒷받침 되어야한다. 당신의 신이 나에게 피해도 안주고, 아니 감내할만한 사소한 피해나 혹은 재미를 주면서 당신들에게 개인적인 안위를 준다면 '뭐 아무렴 어때?' 라고 생각하는 정도로는 만족을 못하는 것이다.

이런 그에게 어정쩡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증거들로 이루어진 신의 존재와 이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모든 악의 근원'으로 생각된다.

그에게는 '진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는 그가 진리라고 판단하는 것을 다른이들에게 강요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는 기회는 주어져야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아이들이 특정 사회나 집단의 전통과 권력집단에 의해 고의적으로 세워진 종교라는 벽 속에 가두어져 그 밖의 세상(그에게는 '진리'인..)을 모르고 자라나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며 아동학대와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그의 '진리'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타협없는 추구가 종교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재미있다. 하지만 책에는 그가 과학자임을 명백히 드러내는 과학자다운 집요함과 세부에 대한 논리적인 배치가 가득하다. 또한 그는 그와 논쟁하는 많은 종류의 무례한 종교인들에게 논쟁이 즐거웠다며 웃어줄 수 있는 '신사'이기도 하다.

그는 말한다. 누군가 자신의 신을 소리높여 주장하는 만큼 또 누군가는 신이 없음을 주장할 수 도 있어야 한다고... 이러한 주장들은 객관적인 증거들로서만 그 우열을 가릴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즉 누군가 신이 있다는 증거를 그에게 가지고 온다면 그는 그것을 면밀히 검토하고 연구한 뒤 그 증거가 명명백백하다면 분명 그는 그 신을 '믿게' 될 것이다.

이 분의 책은 읽는데 언제나 오랜시간이 걸리고 중간 중간 피하고 싶을만큼의 집요한 주장때문에 피곤해지기도 하지만 내 안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에 붙은 매우 작은 로또번호를 읽어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결국은 열심히 읽게되고만다.

신을 믿는자는 자신의 신에 대한 가치있는 지적들을 위해서, 신을 믿지 않는 자는 평소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대변해 주는 글이기 때문에 한번쯤은 읽어볼만하다.

책과 관련한 도움이 될만한 동영상이 있어 연결해 놓는다.




 

2007. 11. 16. 09:00

추천 소설-위대한 왕(니콜라이 바이코프, 김소라, 아모르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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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왕 - 만주의 밀림을 호령한 한국 호랑이의 일생
저자 니콜라이 바이코프 | 역자 김소라 | 출판사 아모르문디


나는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21세기 민주 공화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왕의 귀환따위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니다.(대한 민국 대선 정국을 보노라면 분명 왕을 선출하는 행위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만..) 하지만 모든 남자 얘들이 그렇듯 위대한 왕의 이야기에는 열광하고 그들을 흠모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ㅎㅎㅎ

이 책은 만주의 넓고 울창한 밀림 '타이가'를 지배하였던 위대한 호랑이의 이야기이다. 왕의 범상치 않은 탄생(무려 백두산 호랑이의 후손이십니다..ㄷㄷㄷ)과 고난을 겪는 성장, 구성원들의 구심점이 되어 인간의 침략에 맞서 싸우다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는 이야기의 구조는 여느 영웅 대서사시와 다를바 없지만 30여년을 만주 밀림의 동식물을 관찰하고 토착민과 교류하면서 살아온 작가의 이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내공은 위대한 왕의 이야기를 더욱 찰지게 만든다.

모든 위대한 것들이 그렇듯 이 작품은 뛰어난 디테일들이 차곡 차곡 쌓여있는 보석상자 같은 이야기이다. 작가의 오랜 기간에 걸친 세밀한 관찰에서 나오는 호랑이의 생활은 너무나 생생해서 우리는 쉽게 호랑이에게 몰입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호랑이가 버터를 바른 비스킷을 깨물어 먹듯 맷돼지의 허벅다리살을 먹는 장면에서는 식욕이 생기고 인간들이 철도를 놓아 밀림을 파괴할 때는 까닭모를 분노가 생긴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반려자를 덫으로 죽인 인간에게 복수하기 위해 먹어버리는 장면에서도 그다지 거부감이 안생긴다. 게다가 작가가 직접 그린 멋진 삽화들이 드문 드문 포함되어 있어 우리의 상상력에 힘을 더한다.

번역도 깔끔하고 이야기도 재미있다. 위대한 왕의 이야기로서 부족함이 없다. 좋은 책이다.

 

2007. 7. 25. 10:26

추천 도서-대한민국 개조론(유시민,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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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개조론  
저자 유시민 | 출판사 돌베개 


비범(非凡)한 사람은 드문 편이다. 똑똑하면서 성실하기까지한 사람은 더욱 주위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 직종군을 행정직 공무원으로 한정짓자면 이러한 사람을 찾는 것은 더욱 난처한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여러 방면에서 놀라운 국가인 대한민국에는 비범하면서 성실하고 열정적이기까지한 정치인이 존재한다. 게다가 그는 언변이 유창하고 글재주가 탁월하기까지 하다. 바로 유시민씨가 그렇다. 물론 개인적인 판단일 뿐이다.

내 나이 또래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정치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국회에서 져먼스플렉스나 하이킥, 암바, 그래플링이 난무하는 무규칙 이종격투기를 9시 뉴스에서 볼때면 세금이 아깝구나 하고 생각하는 정도이다. 분명 대한민국에서 상위 1~2%내의 교육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인데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나같은 범인(凡人)은 역시 이해할 수가 없는 곳이다. 세상은 2:8 법칙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정치인들도 예외는 아니겠지만 대한민국 국회는 너무 효율이 낮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첨단의 고도화된 자본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 이러한 직업군이 버젓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꼴사납다.

하지만 그 와중에 구태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어금니를 꽉 깨물고 실천에 옮기는 몇 몇 정치인들이 눈에 띈다. 이 책은 내가 이러한 정치인이라고 믿는 유시민씨가 자신의 정치 경험과 그 과정에서 느낀점을 솔직한 어투로 작성한 글이다. 또한 국민 주권 국가인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주인으로서의 자각을 가지고 근거에 입각한 정확한 판단을 내려주십사 상소하는 글이다.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하는 주장과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 특유의 시니컬한 농담이 그대로 녹아들어간 이 책은 한명의 정치인으로서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참여정부와 그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밖으로는 '선진통상국가', 안으로는 '사회 투자 국가'로의 비전을 제시하는 글이다. 왜 이러한 비전을 제시했으며 이러한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참여정부와 그가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 와중에 어떤 어려운 점들이 있었는지를 아우르고 있다. 이 중 '사회투자국가'라는 개념이 상당히 신선했다.(선진통상국가는 선택사항이 아니니...)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사회투자국가'는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생계수단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복지국가'에서 진보된 개념으로 개인들의 삶의 실현의 기회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공하려는 개념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이러한 사회투자국가로 진화해야한다고 주장 한다. 50년 동안 세계적으로 유래없는 성공한 국가 대한민국은 이제 빠르게 늙어가 고령화 사회의 문턱에 있으며 이러한 추세로는 과거 '자본'과 '노동력'을 투입하여 이루던 경제성장 방식은 성공할 수 없고 '개인들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경제성장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행복한 개인이 생산성 또한 높다는 가정아래 국가는 개인들의 행복한 생활환경 조성에 적극 개입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입에 발생하는 비용을 '투자'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을 실현 시키기 위한 재원마련 방법에 대한 고민과 일자리 창출 방법, 특정 정책의 개선 방법 등을 제시하면서 주장하는 이러한 정책은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정치인이 할만한 일이고 근거에 입각한 그의 주장은 합리적이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언론은 그의 주장을 '대선용 선심공약'이라는 딱지를 붙여서 그냥 매장해 버렸다.

그의 작은 소망은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알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하고 물어봤을 때 자신이 기울인 노력만큼은 아니더라도 진지하게 듣고, 필요하면 관련 자료를 찾아서 생각해 보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8개월에 걸친 수십명의 노력에 대해 한번 쓰~윽 훓어 보고 한 가지 단점을 찾아내어 '빨간딱지'를 딱 붙인다음 사장시켜버리는 짓으로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호소한다.

바쁜 국민 중의 한사람으로서 모든 정책을 찾아서 읽어보는 짓따위 할  수 있을리 없지만-틀림없이 죽고 말껄?- 토론의 장마져도 갖지 못한채 온갓 욕설과 방해 속에서 공공의 이익이라고 믿는 가치를 향해 고군분투하는 그에게 박수와 경의를 보낸다. 또한 적절한 토론의 장을 마련해달라는 국민들에게 하는 그의 요구에 합리성을 느낀다. 이번엔 그다지 투표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의 작은 한표로 그의 호소에 부흥할 수 있다면 투표해야겠다.
2007. 7. 5. 09:33

추선 도서-오늘의 세계적 가치(브라이언 파머, 신기섭, 문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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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계적 가치 - 세계의 지식인 16인과 하버드생의 대화  
저자 브라이언 파머 | 역자 신기섭 | 출판사 문예출판사


intempus님의 블로그에 강력히 추천되어 있길래 읽어보았더니 너무 좋아 나도 덩달아 "무조건 사서 보세요" 라고 외치고 싶다.

'왜 풍요로운 세상에서도 불평등은 멈추지 않는가'

현재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지독한 빈부격차와 깨끗한 물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비참한 기아, 구린내가 풀풀 나는 전쟁, 환경파괴 등에 대해 지식인들의 솔직한 대답을 모아놓은 책이다. 수준 높은 질문들에 대해 왕성한 사회 참여와 깊은 성찰에서 우러나는 명사들의 대답들은 나의 희미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명사들이 강연을 하지 않고 바로 질문과 답으로만 강좌를 구성했다는 것에도 신선한 느낌이다. '대학'이라는 곳에서 하나의 사회적 객체로 동작하도록 열심히 '지식습득'에만 열을 내보았던-결국 쓸모없음이 밝혀졌지만-나로서는 지구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이나 나와 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책이다.

번역은 상당히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있어서 읽기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좋은 책이다.

나오미 클라인(언론인)
"...문제가 너무나 거대해서 그냥 집에 앉아 텔레비전이나 봐야겠다는 느낌에 압도당할 때 사람들은 시급성을 잃게 됩니다.그래서 작은 것 부터 시작해야 합니다.개인적으로 시작하는 거죠.여러분에게 영향을 끼치는 어떤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거대한 쟁점들과 이 모든 사적인 연결고리를 갖고 있지만 여기서 그치는 건 아닙니다.이걸 입구로 이용해야하고 이어서 이런 부정행위가 가능하게 해주는 정책과 권력 체제에 대해 말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2007. 6. 19. 16:19

추천 소설-시계태엽 오렌지(앤서니 버지스, 박시영,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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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 오렌지 (세계문학전집 112) 
저자 앤서니 버지스 | 역자 박시영 | 출판사 민음사  



생각 거리가 너무 많아서 읽기 힘들었던 '지하 생활자의 수기(도스토예프스키, 이동현, 문예)'를 읽고 바로 '파리대왕(윌리엄 골딩, 유종호, 민음사)'을 읽던 도중 세심하지 못한 번역에 짜증이 왈칵 밀려와-분명 번역보다는 나의 난독증이 문제임에 틀림 없지만-한 동안 번역책들을 멀리 하고 있다. ('지하 생활자의 수기'는 몇 번 더 읽어볼 생각이지만 '파리대왕'은 개정판을 기다려 보련다.) 작은 생채기들로 엉클어진 마음을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피천득, 샘터)'에 나오는 따뜻한 글들로 재빨리 달래본 후 다시 잡게된 책이다.

이야기는 '강함'을 모럴(morals)로 생각하는 15세의 알렉스라는 소년이 더 '강한' 사회체제와 이를 유지하는 자들에게 '희생'당하는 내용이 강렬한 사건들이 연속되면서 진행된다.

초반 알렉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 알렉스 무리(알렉스, 피트, 조지, 딤)가 벌이는 거대한 폭력과 악날한 범행 장면은 작가가 1962년 이 작품을 발표하고 상당한 비난을 받게되었던 빌미가 되었다. 나 역시 읽는 내내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나도 제법 '정상인'이라구~ ㅎㅎ) 도대체 작가는 이녀석을 가지고 어떻게 결말을 낼지 전반부를 읽는 내내 궁금했다.

그러나 알렉스가 교도소로 들어가고 루도비코 요법을 받게 되는 후반, 고통받는 알렉스를 보면서 헐리우드 악당들이 좌절-악당들이 '좌절'하는 것은 조금 좋아(* ′∀`) 한다는...-당하는 것을 보는 것처럼 통쾌한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알렉스 스스로 뉘우친다거나 후회 하는 것이 아니고 그를 강렬한 폭력으로 '수정'해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마음 속은 여전히 추악한 감정들로 들끓지만 '수정'된 육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렇게 '악(惡)'을 '거세'당한 알렉스보다 순수하게 자신의 '추악함'을 추구했던 전반부의 알렉스가 오히려 '인간'다워 보일 지경이다.

이야기의 결말은 정치적인 협작과 복수, 다양한 종류의 폭력, 사회 체제의 허구성 등을 암시하는 이벤트들이 계속되다가 상당히 뜬금없는 결말을 맞는다.(내게는 엉뚱하게 느껴졌다.)

순수하게 엔지니어적인 관점에서 폭력을 더 큰 폭력으로 제압하는 것이 단기적인 '가격대 성능비'가 좋다고 하더라도 '상호 양해'를 거대한 모듬살이의 기본적인 '약속'으로 삼아야 한다고 믿는 나같이 건전한(워~~(´ д`)거기 돌은 내려 놓고 얘기하자고...) 사람들에게 '폭력'은 최종의 친선 수단으로 남겨두고 싶다.

요즘 같이 흉흉한 시대에 추악한 범죄 소식과 그 소식에 반응하는 인터넷 댓글을 보면서 도대체 수 백만년 전에 불쑥 나타나 옹기종기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친 인류가 또 다른 상부 구조-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나는 이런게 있다고 믿는다-로 진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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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소설을 뛰어넘는 스탠리큐브릭 감독의 동명의 걸작 영화가 있다고 하니 주말에는 이 영화나 감상해 봐야 겠다.

2007. 5. 31. 09:55

추천 소설-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Mark Haddon, Vin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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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Paperback]
저자 Haddon, Mark | 출판사 Vintage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 가 있다.

왜 사람들은 마음속 진심을 말하지 않는가? 왜 진심이 아닌 말들을 그렇게나 많이 하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아무 소리도 지르지 않고 빛, 소리, 냄새, 촉각 그리고 미각 같은 혼란스러운 감각들을 참아낼 수 있는지? 왜 모든 사람들을 똑같이 대하지 않는지? 왜 사람들은 그토록 복잡한 감정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 왜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사회적 신호들을 주고받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것들을 다 이해하는지? 왜 그렇게 흥미 진진한 기차 시간표, 우주 속의 별 들의 운행 경로, 소수, 증명 등에 사람들은 그렇게 따분하다는 표정을 짓는지...(마지막은 거짓말~ㅎㅎ)

물론 이런 생각이 든다고 해서 이 책의 주인공인 크리스토퍼와 같이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이 책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잘 이해할 수 는 없지만 자신의 세계는 확고하고 그 세계에서 멋지게 살아가는 주인공인 크리스토퍼의 이야기 이다.

크리스토퍼는 세계의 모든 수도 이름을 알고 있으며 소수(Prime Number)를 7,057까지 외우고 있다. 귀여운 애완용 쥐를(ㄷㄷㄷ...) 기르고 개를 좋아 하지만 타인이 자신에게 접촉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싫은일이 있으면 소리를 지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상대방을 때리거나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휘두르기도 하지만 그 것은 험난한 정글과 같은 사회속에서 그가 가지는 작은 발톱같은 것이다.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어느날 크리스토퍼는 건너집 앞마당에서 정원용 갈퀴 같은 것에 찔려 죽어 있는 Wellington을 발견하고 범인을 잡기로 결심한다. Wellington은 건너집 애완견으로 개를 좋아하는 크리스토퍼는 열심히 조사를 시작한다. 여러 가지 사건과 진실이 밝혀지고 결론은 점차 수학의 증명 문제로 흘러가게 되는데...(잉?)

크리스토퍼의 독특한 시선과 논리적인 문체가 이 책의 상당한 재미를 가져다 준다. 소설 속에서 메타포나 복선따위는 배제한다고 작가님이 친히 말씀해 주시기 때문에 원서를 읽게 되었을 때 생기는 의미의 혼란도 없다. 또한 어려운 수학, 물리, 천문학-다시말하지만 이건 소설이다..ㅎㅎ-을 설명할 때는 친절하게 그림과 도표까지 곁들이기 때문에 더욱 이해하기 쉽다. 영문에서 익히 알려진 반복된 단어의 치환이나 생략이라든가 주어의 생략 같은 것은 우리 크리스토퍼에게 용납되지 않는다.(그래서 읽다보면 가끔 답답하기도 하지만..)

단어도 쉽고 문장도 명쾌해서 쉽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꽤 오래 걸린 것 같다.... -   _-;;;;;;;
무려 십수년의 영어 공부의 무상함이여~ 쿨럭..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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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21. 15:55

추천 소설-파일럿 피쉬, 아디안텀 블루(오사키 요시오, 김해용, 황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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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피쉬                          아디안텀 블루  
저자 오사키 요시오,               저자 오사키 요시오,
역자 김해용,                         역자 김해용,
출판사 황매                          출판사 황매

근래 너무 어두운 이야기들만을 골라 읽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좀 밝은 연애 소설-곰곰히 생각해 보면 연애 소설이 밝은 것일리 없다. 밝으면 이야기가 안되잖아.- 을 찾다가 주문하게 되었다. 표지부터 봄날의 복슬복슬한 새끼곰이 아장아장 걸어와 "이제부터 나와 하루종일 뒹굴기 놀이 하지 않을래요?" 라고 물어볼 것 같지 아니한가? 주인공은 다르지만 이야기의 설정이 이어진다는 소개에 두 권을 한꺼번에 주문해 버렸다.

이야기는 매우 감각적인 연애 이야기로 무라카미 하루키씨(이하 하루키)의 '상실' 시리즈와 그 맥이 닿아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하루키의 건조한 농담 대신에 모던한 아이콘-파일럿 피쉬, 어항, 화초-을 사용한다거나 과격한 배경 설정-SM 여배우, 에로잡지 편집장, '발기시켜 팔아먹기' 사훈 따위-은 좀 더 섬세한 가벼움을 추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차이는 아마도 8살의 나이 차이가 만들어 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무라카미 하루키씨와 오사키 요시오씨의 나이차이는 프로필상 8살 차이다. 하루키씨가 1949년생 아저씨라는거..ㅜㅜ)

파일럿 피쉬는 어항 속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박테리아 수와 수온 등을 적절히 맞추는데 이용되다 환경이 조성되면 비싼 열대어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버려지는 싸구려 물고기다.-이 세상은 이만큼의 계급 체계가 이미 형성되어 있는것이다.- 아디안텀 블루는 허브과 식물로 잎이 토끼풀처럼 생긴 고란초과 식물이라고 한다. 아마 다른 허브들과 비슷하게 물 조절을 조금 잘못하면 말라버리거나 시들어 버리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두 가지의 메타포는 젊어서 고통스럽고 아름다운 사랑을 흐릿흐릿하게 비춰준다.

범람하는 하루키의 글들 중에 쓸만한 것들에 목메이면서 기다리다 무라카미 류, 요시모토바나나와 같은 작가들에게 기웃거려 본 사람이라면 추천할 만 하다. 가볍지만 나름대로의 선을 가지고 있고 하루키의 상실감과는 느낌은 비슷 하지만 표현은 좀 더 섬세하고 아름답다.

2007. 5. 16. 15:55

추천 소설-농담(밀란 쿤데라, 방미경,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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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세계문학전집 29) 
저자 밀란 쿤데라 | 역자 방미경 | 출판사 민음사


나에게는 사회주의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마찬가지로 소위 '386'세대라고 부르는 세대들이 가졌던 묘한 '희망'에 대한 동경도 가지고 있다.-두 가지 모두 교육된 것이라고 믿지만 어쨋든 내 안에는 그런 것이 있다.- 다행히 노력한다면 여러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안도하면서 느긋히 이런 소설을 통해 막연한 공포와 동경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시간을 주는 책이었다.

이 책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법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의 저자 밀란 쿤데라의 처녀작으로 '농담'이 받아들여 지지 않는 닫혀진 이념 사회가 한 개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멸시키는 과정이 극적으로 적혀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비극은 주인공의 20여년의 동안 철통같이 믿고 신봉하던 신념과 체제로 부터 완전히 배제되고 결국 인생 전체를 '실패'로 채색하게 되는 발단은 3줄의 농담이 적힌 엽서라는 것이다.

책은 7장으로 나뉘어 화자가 바뀌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입장의 주인공들의 시선을 통해 여러 가지 사건이 계속 재해석 된다. 루드빅은 젊은날 자신의 사소한 농담을 빌미삼아 자신을 파멸에 빠뜨렸던 파벨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아내인 헬레나를 꼬셔내지만-유치하다.- 헬레나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그녀 역시 유치한 이유로 사랑에 빠진다.- 게다가 파벨-이놈은 나와 같은 천성적인 기회주의자다. 더럽게 약한놈이다.-은 더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나오면서 복수는 더욱 이상하게 돌아간다. 또 다른 종교라는 이념에 사로잡힌 케릭터인 코스트카의 입을 통해서는 루드빅이 절망의 순간에서 보았던 한 줄기 희망이었던 루치에와의 사랑이 그녀에게는 또 다른 거대한 폭력이었음을 읇어준다.  또한 자신이 유일하게 애정을-민속음악에 대한 그의 묘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보내는 오랜 친구인 야로 슬라브는 마지막에 루드빅의 품에 안겨 죽는다. 길다랗고 우울한 한 인간에 대한 실패의 서사시가 담담히 읇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이 무겁고 우울한 표현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다. 루드빅과 루치에의 사랑이야기나 헬레나의 우스꽝스런 자살 소동이나 민속음악에 대한 애정 등이 묘사되는 걸 보면 묘한 웃음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점이 이 책의 매력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사회주의 내지 공산주의란 것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뿔이 달리거나 빨간 옷을 입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은 TV를 통해 알게 됬지만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서는 전혀 상상이 안된다. 누군가 내 머리 속에서 셔터를 내려버리는 것이다. 이미지란 참 강력하면서 우울하고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7. 5. 15. 09:20

추천 소설-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라우라 에스키벨, 권미선,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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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세계문학전집108)  
저자 라우라 에스키벨 | 역자 권미선 | 출판사 민음사 



나는 소설 속에 나타나는 음식이나 요리에 대한 묘사를 매우 좋아하는데 이상하게도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아리랑(조정래, 해냄, 1994)'에서 한겨울 땅 속의 장독에서 꺼낸 살짝 얼은 김장 김치를 쭉쭉 찢어 막걸리와 함께 먹는 장면이나 따뜻한 봄날 밭일을 하다 새참으로 가지고 나온 풋고추에 된장을 듬뿍 찍어 먹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참을 수 없는 식욕에 허덕이며 책을 읽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은 멕시코의 독특한 소설로 요리 과정을 이야기 중심에 배치하여 흐름을 주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녹아들어가기도 하면서 사건을 진행한다. 주인공인 티타는 완고한 어머니의 '막내딸은 평생 결혼하지 못하고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묘한 전통에 따라 사랑하는 페드로와 결혼하지 못하고 부엌에서 요리하는 것을 유일하게 위안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책은 12개의 장으로 나뉘어 각 장마나 멕시코 전통 요리 과정을 소개하면서 티타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여러 사건들로 채워져 있다.

멕시코의 문화를 드문 드문 접하게 될 때마다 묘하게 우리나라의 정서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은 아름답고 순수한 타타만의 세상과 추악하고 폭력적인 어머니의 현실 세계가 공존하는 구도를 취한다. 그래서 위트있고 즐거운 묘사가 진행되다 불의의 일격과 같이 배신, 강간, 살인 등의 이벤트가 튀어나오기도 해 티타와 어머니의 대립구도에 힘을 더한다. 그러나 이러한 배치는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것 같다.

이야기의 흐름이 빠르고 중간 중간 요리이야기로 쉽고 재미있게 읽혀지는 책이었다. 그러나 리타의 일관된 수동성과 경험하지 못한 요리에 대한 상상력 부족으로 이야기에 푹 빠지면서 읽지는 못했다. 또한 리타라는 여성이 가지는 심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그런 날이 올지 지극히 의심스럽지만-입체적인지 평면적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페드로와 로사우라, 어머니의 케릭터에도 쉽게 적응할 수 없었다.

독특하기는 했지만 내게 요리 이야기가 중심이된 소설에 품었던 희망에는 조금 부족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2007. 4. 23. 11:50

추천 소설-모래의 여자(아베 코보, 김난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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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세계문학전집 55) 
저자 아베 코보 | 역자 김난주 | 출판사 민음사


이렇게 잘 쓰여진 소설을 만나게 되면 역시 읽어버릴 활자가 줄어드는 것을 아쉬워 하면서 읽게 된다. 잘 짜여진 갈등과 갈등을 폭발 시키는 배경, 추악하면서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러한 이야기가 바로 소설이라는 장르의 매력일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야기 때문에 수 많은 쓴 맛을 감내하면서 작가의 상상력에 얽메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평범한 주인공이 묘한 사구 마을에 강금당하다가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노력하는 내용이다. 이야기에 힘을 더하는 너무도 생생한 상징들과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단숨에 작가가 설정해 놓은 상황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힘이있다. 이러한 진행 방식은 카프카의 소설과 상당히 닮아있지만 비슷한 성향의 "눈먼 자들의 도시(주제 사라마구, 해냄)"처럼 다 읽고 난뒤 입에 남는 텁텁한 뒷맛은 없다. 아주 깔끔한 전개로 굉장한 재미가 있다.

아주 좋은 소설이다. 묘하게 풍기는 모래의 비릿한 내음까지 번역해준 김난주씨에게 감사할 따름이다.(쏟아지는 그녀의 훌륭한 번역책들을 보면 그녀가 잠잘 시간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