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6. 00:34

추천-동영상강의 EBS 하버드특강 "정의" (마이클센델, 12강)

요즘 EBS 방송을 자주 보게 됩니다.. 예능은 없지만 타 방송사에서는 전혀 없는 색다른 재미의 컨텐츠들이 많이 있기때문이죠. 예전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재미가 없어서 잘 안봐지다가 요즘 EBS 컨텐츠들은 재미까지 고려해서 잘 만드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TV채널을 돌리다 EBS 강의 프로그램을 보고 푹 빠져서 계속 보게된 프로그램이 있어 이렇게 소개 드립니다. (막 잠자려는 차에 보게되서... 후덜덜 )


들어가기 앞서, '정의'라는 주제와는 별도로 인문학에서 다루는 토론을 통한 문제의 해결 과정 자체가 참으로 흥미롭더군요. 물론 하버드라는 공간에서만 유효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참 감탄스러웠습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몇 가지 가정을 한 후 각자의 의견과 의견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들어보고 결론을 이끌어 내는거죠. 

참 간단한 과정같지만 살아오며 여러 사람과 수많은 말들을 쏟아 낸 후에 깨닫게 된 것이라고는 두 사람이 동의하는 결론을 이끌어 내는 토론따위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저에게는 신선했습니다. 

게다가 교수님이 던지는 질문은 결코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까다롭고 예민한 도덕적 질문들이라 술자리에서 꺼내면 절대로 안되는 그런류의 질문들이죠. 이런 질문들을 몇번의 아슬아슬한 순간을 겪긴 하지만 그런데로 훌륭하게 학생들도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고 이를 교수님이 잘 정리해 가는 과정을 지켜 보며 이 과정 자체에 존경심이 절로 우러났습니다.

마침 국내에서는 공정사회 어쩌고 하는 이슈가 대두되어 있으므로 '정의'라는 주제 역시 크게 관심가는 내용입니다.. 각자 생각하는 '정의'가 다르고 그 것을 실행하는 사람의 '취향에 맞는 정의'가 실현되므로 우리 사회의 갈등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고적적인 질문을 다시 해봐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는 전경들을 향해 돌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정의로움을 아쉬움없이 쟁취할 수 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나의 커피한잔이 어딘가의 커피농장 소녀를 착취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다시한번 고민을 해봐야할 시기라는 것이죠..
 
12강 중 저는 "12강, 정의와 좋은 삶"내용을 요약해 소개해 드립니다. 

정의의 원칙을 정할 때 모든 것으로부터 중립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정의의 원칙을 정하는 문제는 결국 올바른 도덕적, 본질적 가치의 문제로 귀결되지는 않을까?

이러한 물음을 이해하기 위해 교수님은 동성 간의 결혼문제에 대해 토론자들의 의견을 청취합니다. 동성혼을 적극적으로 금지해야한다는 의견부터 동성혼은 개인이 결정할 영역의 문제라는 의견, 또한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없는 문제라는 의견 등을 학생들이 제시한다. (자위를 해봤냐는 공개적인 질문은 꽤 공격적이더군요..ㅋㅋㅋ)

교수님은 이러한 의견들 중 사회의 개입성 여부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동성혼의 반대편에 있는 이성간 결혼제도에는 이미 법적인 절차를 둠으로써 일종의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고 이 이면에는 이러한 제도가 사회를 유지해 나가는데 필요하기 때문에 널리 장려하려는 의중이 있다는 것을 짚어내죠. 즉 우리가 부딧히고 있는 많은 정의의 문제들은 이처럼 좋은 모둠살이를 위한 고려가 이미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다음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됩니다.

만일 정의를 선이나 좋은 삶에 결부시킬 수밖에 없다면 다원적 사회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선이나 좋은 삶은 모두 다른데 어떻게 공동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이러한 공동선을 특정한 사회의 공통된 이해, 전통으로 보는 시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정의는 상대적인 개념이 되고 특유의 비판적 성격을 상실하고 이러한 정의 속에서는 노예제도를 옹호했던 남부인들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바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다양한 갈등의 원인이 되는 정의인 것이죠.

반면 정의를 본질적 선에 결부하는 두 번째 방식, 비상대적 접근도 있습니다. 교수님은 물론 명확히 본질적 선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는 것에 답할 방법이 없지만 우리가 겪는 다양한 정의의 문제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교수님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 방식에서 다양한 근거에 기반해 판단할 때 조금 더 선(善)할 수 있다고 교수님은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의 근간 중의 하나인 '상호존중'이 상대가 꺼리는 문제를 회피하여 달성할 수도 있지만 서로 토론하고 경청하는 과정을 통해 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토론의 과정이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보장은 없지만 자신의 정의를 강화하거나 때로는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여 자신의 정의가 변할 수 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성의 방황이 명확히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우리의 정의를 좀 더 선한 수준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말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제가 주절이 써놨지만 한 번 보시면 쏙쏙 들어오는 강의와 가슴에 따뜻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강추합니다.

각 강의에 대한 개요는 아래에서 확인 하세요.(출처: 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