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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7 추천 소설-태백산맥(조정래, 해냄) 2
  2. 2007.08.09 추천 소설-뉴욕 3부작(폴 오스터, 황보석, 열린책들) 1
  3. 2007.05.10 추천 소설-인간 실격(다자이 오사무, 김춘미, 민음사) 5
2007. 9. 17. 17:33

추천 소설-태백산맥(조정래,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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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전10권)  
저자 조정래 | 출판사 해냄출판사 


이번 추석을 맞아 교보문고에서 44% 세일을 하길래 또 다시 구매해 버리고 말았다.(이제는 빌려주지도 말고 이사할 때 버리고 오지도 말아야지..ㅜㅜ) 슬슬 읽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건만 10여년 전 읽었을 때의 그 강력한 흡인력에 뒤지지 않는 몰입에 금세 빠져들고 말았다.(책을 읽으면서 읽을 분량이 줄어드는게 걱정되면서 책을 읽는 다는 경험은 참 신비롭다..)

벌써 몇 번째 읽는 것인지 기억도 안나지만 1권 첫 장의 묘사를 읽을 때 마다 이런 소설이 있다는 것에 감탄하고 만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끈끈히 이어져 가는 묘사와 물이 흐르는 듯한 서사는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아리랑 -> 태백산맥 -> 한강에 이어지는 조정래 선생님의 대하소설 세트도 판매중이니 한번 사보는 것도 좋겠다. (왜 나는 따로 팔 때만 사는거지..ㅜㅜ)
2007. 8. 9. 09:15

추천 소설-뉴욕 3부작(폴 오스터, 황보석,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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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페이퍼북) | MR KNOW 세계문학 17 
저자 폴 오스터 | 역자 황보석 | 출판사 열린책들 


나의 건조한 삶 속에서 활자들로 빼곡한 '책'이란 것이 없었으면 아마 나는 지독한 세상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스스로에게 견디지 못했을 거라고 말하는게 맞을거다. 어쨋든 수만개의 글자들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읽으며 삶의 공백을 메우다 보면 참을 수 없이 외로워질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못 먹는 쓴 술을 천천히 마셔보는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나에게 이러한 도시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책이다.

책은 3가지 중편 소설(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 있는 방)로 엮여 있고 추리소설의 장르적 형식을 취하는 한다. 갑작이 일어난 이벤트에 범인과 그를 쫓는 형사가 등장하고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갖가지 복선과 케릭터들이 등장하지만 통속적이어서 재미있는 다른 추리소설들과는 주제면에서 그 격을 달리 한다.(많은 추리 소설 애호가 들이 소리 높여 주장하는 추리소설의 '문학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ㅎㅎ)

3가지 이야기는 모두 '관찰'과 '기록'이라는 행위가 서술의 원동력으로 누군가를 쫓는 탐정은 조용히 누군가를 지켜보고 노트에 그의 사소한 일상들을 기록해 간다. 그러다가 주인공은 일련의 행위에 대한 목적의식이 점차 없어지고 행위 자체에 얽메이는 자신을 깨닫게 되다가 정체성에 혼란마저 느끼게 된다. "나의 행위는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으며 행위의 대상인 저자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탐정이 관찰자의 위치를 버리고 관찰대상에게 과감히 접촉하는 순간 대상은 사라지고 탐정만이 남게 되면서 다음 이야기로 슬며시 이어진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관찰'과 '기록'은 이이야기를 창조해 가는 작가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자신이 창조한 탐정의 행동을 관찰하고 또 그 행동들을 기록해 가면서 작가는 주인공과 동일한 갈등의 구조에 빠져드는 것이다. 참 기가막힌 구성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모두 뉴욕이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행동의 기술은 상당히 도회적인 감성이 물씬 풍겨난다. 번역은 잘 되어 있는 편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잡기가 힘들고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가 단편적이지 않기 때문에 단숨에 읽혀지지는 않는다. 아니 읽는 행위에는 상당히 애를 먹었다.

하루키씨의 건조한 문체에 매력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폴오스터의 소설 모두를 추천한다. (그도 매우 좋아하는 작가라고 한다.)
2007. 5. 10. 10:29

추천 소설-인간 실격(다자이 오사무, 김춘미,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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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세계문학전집 103)    
저자 다자이 오사무 | 역자 김춘미 | 출판사 민음사



나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취약한 존재라고 믿는다. 어이없이 죽어버리기도 하고 쓸데없는일에 중독되거나 자신을 견딜 수 없어 타인 혹은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는 약한 존재인 것이다. 3일을 굶으면 어린아이의 손에 든 것을 당연하게 빼앗고 목에 칼날이 들이밀어지면 주저없이 바지춤을 푸는 그런 존재...

이렇게 추악한 자신의 모습을 도덕과 종교와 규범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적당히 감추도록 교육받고 훈련하면서 우리는 거대한 모듬살이를 실현하였다. 이러한 훈련은 타인뿐만 아니라 토악질 나는 자신의 모습으로 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쌓아올린 거대하고 딱딱한 내면의 벽은 때로는 순수한 자신에게로의 길까지 막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해 "나는 무엇인가?" 따위의 고전적 자기모색에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살아가버리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우울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 보는 대신 '요조'라는 주인공의 내면을 아무런 가식적인 장치 없이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그 것으로 부터 묘한 감동을 이끌어 낸다. '요조'의 '순수'에 대한 지향에 공감을 보내고 그의 좌절과 '인간실격'의 과정에 깊은 연민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책의 내용은 '요조'라는 지극히 소심하고 예민하면서 '외부 세계에 대한 지독한 공포'를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이 평생을 '순수함'만을 갈망하다 폐인이 되어 죽어버리는 내용이 수기처럼 작성되어 있다. '무서운 세상'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요조'가 택한 도구는 '익살꾼의 연기'-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 아닌가?- 이다.

이야기는 '요조'의 유서와 같은 수기를 발견한 '나'라는 화자가 작성한 서문과 후기, 그리고 '요조'의 수기로 구성된 소설이다. 하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평생의 행적이 비추어 봤을 때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소설의 뛰어나고 독특한 이야기와는 별개로 이렇게 우울한 소설이 일본의 전후문학이라는 것에 약간 놀랐다. 좌절과 상실감을 한 인간의 문제로 국한시키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의 '가해자'라는 위치와 '패전'이라는 묘한 결말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의식과 상실감은 '피해자'인 우리가 공감하기에는 약간 어렵지 않을까?  게다가 이러한 주제의식은 국내 전후 문학인 '오발탄(이범선, 1959)'과 그 맥락이 유사하다고 생각해 볼 때 더욱 흥미롭다. 가해자건 피해자건 전쟁이 인간 상실의 장이라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도덕적인 판단은 유보하더라도 '가해자'의 '상실감'이란 것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이러한 문화를 생산해 내고 이를 자양분 삼아 살아온 일본인들이 느끼는 전쟁에 대한 인식이 지금의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반딧불의 묘(다카하타 이사오, 1998)'를 볼 때도 느껴졌던 왠지 모를 불편함이 이 책에서도 느껴졌다. 편협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궁금할 뿐이다. 그들의 생각과 느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