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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6. 19. 16:19

추천 소설-시계태엽 오렌지(앤서니 버지스, 박시영,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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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 오렌지 (세계문학전집 112) 
저자 앤서니 버지스 | 역자 박시영 | 출판사 민음사  



생각 거리가 너무 많아서 읽기 힘들었던 '지하 생활자의 수기(도스토예프스키, 이동현, 문예)'를 읽고 바로 '파리대왕(윌리엄 골딩, 유종호, 민음사)'을 읽던 도중 세심하지 못한 번역에 짜증이 왈칵 밀려와-분명 번역보다는 나의 난독증이 문제임에 틀림 없지만-한 동안 번역책들을 멀리 하고 있다. ('지하 생활자의 수기'는 몇 번 더 읽어볼 생각이지만 '파리대왕'은 개정판을 기다려 보련다.) 작은 생채기들로 엉클어진 마음을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피천득, 샘터)'에 나오는 따뜻한 글들로 재빨리 달래본 후 다시 잡게된 책이다.

이야기는 '강함'을 모럴(morals)로 생각하는 15세의 알렉스라는 소년이 더 '강한' 사회체제와 이를 유지하는 자들에게 '희생'당하는 내용이 강렬한 사건들이 연속되면서 진행된다.

초반 알렉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 알렉스 무리(알렉스, 피트, 조지, 딤)가 벌이는 거대한 폭력과 악날한 범행 장면은 작가가 1962년 이 작품을 발표하고 상당한 비난을 받게되었던 빌미가 되었다. 나 역시 읽는 내내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나도 제법 '정상인'이라구~ ㅎㅎ) 도대체 작가는 이녀석을 가지고 어떻게 결말을 낼지 전반부를 읽는 내내 궁금했다.

그러나 알렉스가 교도소로 들어가고 루도비코 요법을 받게 되는 후반, 고통받는 알렉스를 보면서 헐리우드 악당들이 좌절-악당들이 '좌절'하는 것은 조금 좋아(* ′∀`) 한다는...-당하는 것을 보는 것처럼 통쾌한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알렉스 스스로 뉘우친다거나 후회 하는 것이 아니고 그를 강렬한 폭력으로 '수정'해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마음 속은 여전히 추악한 감정들로 들끓지만 '수정'된 육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렇게 '악(惡)'을 '거세'당한 알렉스보다 순수하게 자신의 '추악함'을 추구했던 전반부의 알렉스가 오히려 '인간'다워 보일 지경이다.

이야기의 결말은 정치적인 협작과 복수, 다양한 종류의 폭력, 사회 체제의 허구성 등을 암시하는 이벤트들이 계속되다가 상당히 뜬금없는 결말을 맞는다.(내게는 엉뚱하게 느껴졌다.)

순수하게 엔지니어적인 관점에서 폭력을 더 큰 폭력으로 제압하는 것이 단기적인 '가격대 성능비'가 좋다고 하더라도 '상호 양해'를 거대한 모듬살이의 기본적인 '약속'으로 삼아야 한다고 믿는 나같이 건전한(워~~(´ д`)거기 돌은 내려 놓고 얘기하자고...) 사람들에게 '폭력'은 최종의 친선 수단으로 남겨두고 싶다.

요즘 같이 흉흉한 시대에 추악한 범죄 소식과 그 소식에 반응하는 인터넷 댓글을 보면서 도대체 수 백만년 전에 불쑥 나타나 옹기종기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친 인류가 또 다른 상부 구조-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나는 이런게 있다고 믿는다-로 진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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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소설을 뛰어넘는 스탠리큐브릭 감독의 동명의 걸작 영화가 있다고 하니 주말에는 이 영화나 감상해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