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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19 추천 소설-시계태엽 오렌지(앤서니 버지스, 박시영, 민음사) 3
  2. 2007.05.16 추천 소설-농담(밀란 쿤데라, 방미경, 민음사)
  3. 2007.05.15 추천 소설-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라우라 에스키벨, 권미선, 민음사)
  4. 2007.04.23 추천 소설-모래의 여자(아베 코보, 김난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55) 3
2007. 6. 19. 16:19

추천 소설-시계태엽 오렌지(앤서니 버지스, 박시영,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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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 오렌지 (세계문학전집 112) 
저자 앤서니 버지스 | 역자 박시영 | 출판사 민음사  



생각 거리가 너무 많아서 읽기 힘들었던 '지하 생활자의 수기(도스토예프스키, 이동현, 문예)'를 읽고 바로 '파리대왕(윌리엄 골딩, 유종호, 민음사)'을 읽던 도중 세심하지 못한 번역에 짜증이 왈칵 밀려와-분명 번역보다는 나의 난독증이 문제임에 틀림 없지만-한 동안 번역책들을 멀리 하고 있다. ('지하 생활자의 수기'는 몇 번 더 읽어볼 생각이지만 '파리대왕'은 개정판을 기다려 보련다.) 작은 생채기들로 엉클어진 마음을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피천득, 샘터)'에 나오는 따뜻한 글들로 재빨리 달래본 후 다시 잡게된 책이다.

이야기는 '강함'을 모럴(morals)로 생각하는 15세의 알렉스라는 소년이 더 '강한' 사회체제와 이를 유지하는 자들에게 '희생'당하는 내용이 강렬한 사건들이 연속되면서 진행된다.

초반 알렉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 알렉스 무리(알렉스, 피트, 조지, 딤)가 벌이는 거대한 폭력과 악날한 범행 장면은 작가가 1962년 이 작품을 발표하고 상당한 비난을 받게되었던 빌미가 되었다. 나 역시 읽는 내내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나도 제법 '정상인'이라구~ ㅎㅎ) 도대체 작가는 이녀석을 가지고 어떻게 결말을 낼지 전반부를 읽는 내내 궁금했다.

그러나 알렉스가 교도소로 들어가고 루도비코 요법을 받게 되는 후반, 고통받는 알렉스를 보면서 헐리우드 악당들이 좌절-악당들이 '좌절'하는 것은 조금 좋아(* ′∀`) 한다는...-당하는 것을 보는 것처럼 통쾌한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알렉스 스스로 뉘우친다거나 후회 하는 것이 아니고 그를 강렬한 폭력으로 '수정'해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마음 속은 여전히 추악한 감정들로 들끓지만 '수정'된 육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렇게 '악(惡)'을 '거세'당한 알렉스보다 순수하게 자신의 '추악함'을 추구했던 전반부의 알렉스가 오히려 '인간'다워 보일 지경이다.

이야기의 결말은 정치적인 협작과 복수, 다양한 종류의 폭력, 사회 체제의 허구성 등을 암시하는 이벤트들이 계속되다가 상당히 뜬금없는 결말을 맞는다.(내게는 엉뚱하게 느껴졌다.)

순수하게 엔지니어적인 관점에서 폭력을 더 큰 폭력으로 제압하는 것이 단기적인 '가격대 성능비'가 좋다고 하더라도 '상호 양해'를 거대한 모듬살이의 기본적인 '약속'으로 삼아야 한다고 믿는 나같이 건전한(워~~(´ д`)거기 돌은 내려 놓고 얘기하자고...) 사람들에게 '폭력'은 최종의 친선 수단으로 남겨두고 싶다.

요즘 같이 흉흉한 시대에 추악한 범죄 소식과 그 소식에 반응하는 인터넷 댓글을 보면서 도대체 수 백만년 전에 불쑥 나타나 옹기종기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친 인류가 또 다른 상부 구조-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나는 이런게 있다고 믿는다-로 진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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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소설을 뛰어넘는 스탠리큐브릭 감독의 동명의 걸작 영화가 있다고 하니 주말에는 이 영화나 감상해 봐야 겠다.

2007. 5. 16. 15:55

추천 소설-농담(밀란 쿤데라, 방미경,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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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세계문학전집 29) 
저자 밀란 쿤데라 | 역자 방미경 | 출판사 민음사


나에게는 사회주의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마찬가지로 소위 '386'세대라고 부르는 세대들이 가졌던 묘한 '희망'에 대한 동경도 가지고 있다.-두 가지 모두 교육된 것이라고 믿지만 어쨋든 내 안에는 그런 것이 있다.- 다행히 노력한다면 여러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안도하면서 느긋히 이런 소설을 통해 막연한 공포와 동경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시간을 주는 책이었다.

이 책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법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의 저자 밀란 쿤데라의 처녀작으로 '농담'이 받아들여 지지 않는 닫혀진 이념 사회가 한 개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멸시키는 과정이 극적으로 적혀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비극은 주인공의 20여년의 동안 철통같이 믿고 신봉하던 신념과 체제로 부터 완전히 배제되고 결국 인생 전체를 '실패'로 채색하게 되는 발단은 3줄의 농담이 적힌 엽서라는 것이다.

책은 7장으로 나뉘어 화자가 바뀌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입장의 주인공들의 시선을 통해 여러 가지 사건이 계속 재해석 된다. 루드빅은 젊은날 자신의 사소한 농담을 빌미삼아 자신을 파멸에 빠뜨렸던 파벨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아내인 헬레나를 꼬셔내지만-유치하다.- 헬레나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그녀 역시 유치한 이유로 사랑에 빠진다.- 게다가 파벨-이놈은 나와 같은 천성적인 기회주의자다. 더럽게 약한놈이다.-은 더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나오면서 복수는 더욱 이상하게 돌아간다. 또 다른 종교라는 이념에 사로잡힌 케릭터인 코스트카의 입을 통해서는 루드빅이 절망의 순간에서 보았던 한 줄기 희망이었던 루치에와의 사랑이 그녀에게는 또 다른 거대한 폭력이었음을 읇어준다.  또한 자신이 유일하게 애정을-민속음악에 대한 그의 묘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보내는 오랜 친구인 야로 슬라브는 마지막에 루드빅의 품에 안겨 죽는다. 길다랗고 우울한 한 인간에 대한 실패의 서사시가 담담히 읇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이 무겁고 우울한 표현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다. 루드빅과 루치에의 사랑이야기나 헬레나의 우스꽝스런 자살 소동이나 민속음악에 대한 애정 등이 묘사되는 걸 보면 묘한 웃음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점이 이 책의 매력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사회주의 내지 공산주의란 것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뿔이 달리거나 빨간 옷을 입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은 TV를 통해 알게 됬지만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서는 전혀 상상이 안된다. 누군가 내 머리 속에서 셔터를 내려버리는 것이다. 이미지란 참 강력하면서 우울하고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7. 5. 15. 09:20

추천 소설-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라우라 에스키벨, 권미선,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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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세계문학전집108)  
저자 라우라 에스키벨 | 역자 권미선 | 출판사 민음사 



나는 소설 속에 나타나는 음식이나 요리에 대한 묘사를 매우 좋아하는데 이상하게도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아리랑(조정래, 해냄, 1994)'에서 한겨울 땅 속의 장독에서 꺼낸 살짝 얼은 김장 김치를 쭉쭉 찢어 막걸리와 함께 먹는 장면이나 따뜻한 봄날 밭일을 하다 새참으로 가지고 나온 풋고추에 된장을 듬뿍 찍어 먹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참을 수 없는 식욕에 허덕이며 책을 읽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은 멕시코의 독특한 소설로 요리 과정을 이야기 중심에 배치하여 흐름을 주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녹아들어가기도 하면서 사건을 진행한다. 주인공인 티타는 완고한 어머니의 '막내딸은 평생 결혼하지 못하고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묘한 전통에 따라 사랑하는 페드로와 결혼하지 못하고 부엌에서 요리하는 것을 유일하게 위안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책은 12개의 장으로 나뉘어 각 장마나 멕시코 전통 요리 과정을 소개하면서 티타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여러 사건들로 채워져 있다.

멕시코의 문화를 드문 드문 접하게 될 때마다 묘하게 우리나라의 정서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은 아름답고 순수한 타타만의 세상과 추악하고 폭력적인 어머니의 현실 세계가 공존하는 구도를 취한다. 그래서 위트있고 즐거운 묘사가 진행되다 불의의 일격과 같이 배신, 강간, 살인 등의 이벤트가 튀어나오기도 해 티타와 어머니의 대립구도에 힘을 더한다. 그러나 이러한 배치는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것 같다.

이야기의 흐름이 빠르고 중간 중간 요리이야기로 쉽고 재미있게 읽혀지는 책이었다. 그러나 리타의 일관된 수동성과 경험하지 못한 요리에 대한 상상력 부족으로 이야기에 푹 빠지면서 읽지는 못했다. 또한 리타라는 여성이 가지는 심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그런 날이 올지 지극히 의심스럽지만-입체적인지 평면적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페드로와 로사우라, 어머니의 케릭터에도 쉽게 적응할 수 없었다.

독특하기는 했지만 내게 요리 이야기가 중심이된 소설에 품었던 희망에는 조금 부족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2007. 4. 23. 11:50

추천 소설-모래의 여자(아베 코보, 김난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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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세계문학전집 55) 
저자 아베 코보 | 역자 김난주 | 출판사 민음사


이렇게 잘 쓰여진 소설을 만나게 되면 역시 읽어버릴 활자가 줄어드는 것을 아쉬워 하면서 읽게 된다. 잘 짜여진 갈등과 갈등을 폭발 시키는 배경, 추악하면서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러한 이야기가 바로 소설이라는 장르의 매력일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야기 때문에 수 많은 쓴 맛을 감내하면서 작가의 상상력에 얽메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평범한 주인공이 묘한 사구 마을에 강금당하다가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노력하는 내용이다. 이야기에 힘을 더하는 너무도 생생한 상징들과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단숨에 작가가 설정해 놓은 상황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힘이있다. 이러한 진행 방식은 카프카의 소설과 상당히 닮아있지만 비슷한 성향의 "눈먼 자들의 도시(주제 사라마구, 해냄)"처럼 다 읽고 난뒤 입에 남는 텁텁한 뒷맛은 없다. 아주 깔끔한 전개로 굉장한 재미가 있다.

아주 좋은 소설이다. 묘하게 풍기는 모래의 비릿한 내음까지 번역해준 김난주씨에게 감사할 따름이다.(쏟아지는 그녀의 훌륭한 번역책들을 보면 그녀가 잠잘 시간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