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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8. 9. 09:15

추천 소설-뉴욕 3부작(폴 오스터, 황보석,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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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페이퍼북) | MR KNOW 세계문학 17 
저자 폴 오스터 | 역자 황보석 | 출판사 열린책들 


나의 건조한 삶 속에서 활자들로 빼곡한 '책'이란 것이 없었으면 아마 나는 지독한 세상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스스로에게 견디지 못했을 거라고 말하는게 맞을거다. 어쨋든 수만개의 글자들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읽으며 삶의 공백을 메우다 보면 참을 수 없이 외로워질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못 먹는 쓴 술을 천천히 마셔보는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나에게 이러한 도시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책이다.

책은 3가지 중편 소설(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 있는 방)로 엮여 있고 추리소설의 장르적 형식을 취하는 한다. 갑작이 일어난 이벤트에 범인과 그를 쫓는 형사가 등장하고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갖가지 복선과 케릭터들이 등장하지만 통속적이어서 재미있는 다른 추리소설들과는 주제면에서 그 격을 달리 한다.(많은 추리 소설 애호가 들이 소리 높여 주장하는 추리소설의 '문학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ㅎㅎ)

3가지 이야기는 모두 '관찰'과 '기록'이라는 행위가 서술의 원동력으로 누군가를 쫓는 탐정은 조용히 누군가를 지켜보고 노트에 그의 사소한 일상들을 기록해 간다. 그러다가 주인공은 일련의 행위에 대한 목적의식이 점차 없어지고 행위 자체에 얽메이는 자신을 깨닫게 되다가 정체성에 혼란마저 느끼게 된다. "나의 행위는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으며 행위의 대상인 저자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탐정이 관찰자의 위치를 버리고 관찰대상에게 과감히 접촉하는 순간 대상은 사라지고 탐정만이 남게 되면서 다음 이야기로 슬며시 이어진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관찰'과 '기록'은 이이야기를 창조해 가는 작가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자신이 창조한 탐정의 행동을 관찰하고 또 그 행동들을 기록해 가면서 작가는 주인공과 동일한 갈등의 구조에 빠져드는 것이다. 참 기가막힌 구성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모두 뉴욕이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행동의 기술은 상당히 도회적인 감성이 물씬 풍겨난다. 번역은 잘 되어 있는 편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잡기가 힘들고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가 단편적이지 않기 때문에 단숨에 읽혀지지는 않는다. 아니 읽는 행위에는 상당히 애를 먹었다.

하루키씨의 건조한 문체에 매력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폴오스터의 소설 모두를 추천한다. (그도 매우 좋아하는 작가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