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4. 13. 11:42

추천 에세이-천 개의 공감(김형경, 한겨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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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공감  
저자 김형경 |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천성이 게으르기 때문에 좋은 책을 찾아내려는 노력은 특별히 안하는 편이다. 다만 reshout님같이 멋지게 사는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을 어깨너머로 슬쩍 보고 있다가 마음에 드는 책이 나오면 낼름 사보는 편이다. 김형경님의 '천 개의 공감'도 이렇게 읽게된 책 중의 하나이다.

나는 정신 분석학에 대해서는 손방이지만 TV에서 버릇없는 아이의 숨겨진 욕구 불만을 잡아내어 그 것을 해결해 주고 가족과 화목하게 지내게 하는 프로를 재미있게 본다.(집에 TV는 없지만..) 또한 원만하지 못한 가족관계에 혜성과 같이 나타난 전문가님께서 이렇게 저렇게 몇가지 마법을 부리면(정말 마나를 쓰지않는 마법사 아닌가..) 뻣뻣한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던가 소리만 지르시던 어머님이 맛있는 저녁식사를 만들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을 보면서 책의 표현대로 현대의 연금술 내지 마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영역이다.

책은 인터넷의 익명 게시판의 상담 내용을 엮은 것 같은 모습으로 조금 가벼운 내용부터 무거운 주제에 이르기 까지 질문과 저자의 답변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전문가지만 전문지식을바탕으로 친누님 혹은 언니같은 말씨를 이용해 건네는 답변은 꽤 설득력 있다.

잘은 모르지만 정신 분석학에서는 유아기의 경험과 당시의 환경을 상당히 중요시 한다는 것을 책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이 개인적으로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현재의 이기적임, 나태함, 추악함까지 끌고 들어가 덮어버리는 일종의 변명같아서-작가의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상처 받은 아이'를 인식하고 그를 잘 보살피는 것에서 시작하라는 조언에는 깊이 공감이 간다.

익명의 상담자들이 올린 별로 구체적이지 못한 질문때문에 답변 또한 보편적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지만 역시 대부분의 가정이나 사회, 직장에서 우리가 부대끼는 갈등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말그대로 상당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자신과 가족, 직장 동료, 친구들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 의식적으로 훈련을 해보려는 사람들이라면 가볍게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