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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15. 09:20

추천 소설-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라우라 에스키벨, 권미선,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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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세계문학전집108)  
저자 라우라 에스키벨 | 역자 권미선 | 출판사 민음사 



나는 소설 속에 나타나는 음식이나 요리에 대한 묘사를 매우 좋아하는데 이상하게도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아리랑(조정래, 해냄, 1994)'에서 한겨울 땅 속의 장독에서 꺼낸 살짝 얼은 김장 김치를 쭉쭉 찢어 막걸리와 함께 먹는 장면이나 따뜻한 봄날 밭일을 하다 새참으로 가지고 나온 풋고추에 된장을 듬뿍 찍어 먹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참을 수 없는 식욕에 허덕이며 책을 읽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은 멕시코의 독특한 소설로 요리 과정을 이야기 중심에 배치하여 흐름을 주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녹아들어가기도 하면서 사건을 진행한다. 주인공인 티타는 완고한 어머니의 '막내딸은 평생 결혼하지 못하고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묘한 전통에 따라 사랑하는 페드로와 결혼하지 못하고 부엌에서 요리하는 것을 유일하게 위안으로 삼으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책은 12개의 장으로 나뉘어 각 장마나 멕시코 전통 요리 과정을 소개하면서 티타를 중심으로 발생하는 여러 사건들로 채워져 있다.

멕시코의 문화를 드문 드문 접하게 될 때마다 묘하게 우리나라의 정서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은 아름답고 순수한 타타만의 세상과 추악하고 폭력적인 어머니의 현실 세계가 공존하는 구도를 취한다. 그래서 위트있고 즐거운 묘사가 진행되다 불의의 일격과 같이 배신, 강간, 살인 등의 이벤트가 튀어나오기도 해 티타와 어머니의 대립구도에 힘을 더한다. 그러나 이러한 배치는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것 같다.

이야기의 흐름이 빠르고 중간 중간 요리이야기로 쉽고 재미있게 읽혀지는 책이었다. 그러나 리타의 일관된 수동성과 경험하지 못한 요리에 대한 상상력 부족으로 이야기에 푹 빠지면서 읽지는 못했다. 또한 리타라는 여성이 가지는 심리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그런 날이 올지 지극히 의심스럽지만-입체적인지 평면적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페드로와 로사우라, 어머니의 케릭터에도 쉽게 적응할 수 없었다.

독특하기는 했지만 내게 요리 이야기가 중심이된 소설에 품었던 희망에는 조금 부족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