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책'에 해당되는 글 23건

  1. 2008.07.08 추천 도서-만들어진 신(리처드 도킨스, 이한음, 김영사)
  2. 2008.02.28 추천 도서-몰입의 즐거움(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이희재, 해냄)
  3. 2008.02.20 추천 소설-달과 6펜스(서머싯 몸, 송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2
  4. 2007.11.16 추천 소설-위대한 왕(니콜라이 바이코프, 김소라, 아모르문디)
  5. 2007.09.17 추천 소설-태백산맥(조정래, 해냄) 2
  6. 2007.08.09 추천 소설-뉴욕 3부작(폴 오스터, 황보석, 열린책들) 1
  7. 2007.07.25 추천 도서-대한민국 개조론(유시민, 돌베개) 1
  8. 2007.07.05 추선 도서-오늘의 세계적 가치(브라이언 파머, 신기섭, 문예사)
  9. 2007.06.19 추천 소설-시계태엽 오렌지(앤서니 버지스, 박시영, 민음사) 3
  10. 2007.05.31 추천 소설-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Mark Haddon, Vintage)
2008. 7. 8. 09:30

추천 도서-만들어진 신(리처드 도킨스, 이한음,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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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양장본] 
저자 리처드 도킨스 | 역자 이한음 | 출판사 김영사 


이 분이 신을 믿지 않는 이유는 그가 '진실'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진실'은 객관적인 궁극성이 뒷받침 되어야한다. 당신의 신이 나에게 피해도 안주고, 아니 감내할만한 사소한 피해나 혹은 재미를 주면서 당신들에게 개인적인 안위를 준다면 '뭐 아무렴 어때?' 라고 생각하는 정도로는 만족을 못하는 것이다.

이런 그에게 어정쩡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증거들로 이루어진 신의 존재와 이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모든 악의 근원'으로 생각된다.

그에게는 '진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는 그가 진리라고 판단하는 것을 다른이들에게 강요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는 기회는 주어져야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아이들이 특정 사회나 집단의 전통과 권력집단에 의해 고의적으로 세워진 종교라는 벽 속에 가두어져 그 밖의 세상(그에게는 '진리'인..)을 모르고 자라나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며 아동학대와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그의 '진리'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타협없는 추구가 종교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재미있다. 하지만 책에는 그가 과학자임을 명백히 드러내는 과학자다운 집요함과 세부에 대한 논리적인 배치가 가득하다. 또한 그는 그와 논쟁하는 많은 종류의 무례한 종교인들에게 논쟁이 즐거웠다며 웃어줄 수 있는 '신사'이기도 하다.

그는 말한다. 누군가 자신의 신을 소리높여 주장하는 만큼 또 누군가는 신이 없음을 주장할 수 도 있어야 한다고... 이러한 주장들은 객관적인 증거들로서만 그 우열을 가릴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즉 누군가 신이 있다는 증거를 그에게 가지고 온다면 그는 그것을 면밀히 검토하고 연구한 뒤 그 증거가 명명백백하다면 분명 그는 그 신을 '믿게' 될 것이다.

이 분의 책은 읽는데 언제나 오랜시간이 걸리고 중간 중간 피하고 싶을만큼의 집요한 주장때문에 피곤해지기도 하지만 내 안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에 붙은 매우 작은 로또번호를 읽어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결국은 열심히 읽게되고만다.

신을 믿는자는 자신의 신에 대한 가치있는 지적들을 위해서, 신을 믿지 않는 자는 평소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대변해 주는 글이기 때문에 한번쯤은 읽어볼만하다.

책과 관련한 도움이 될만한 동영상이 있어 연결해 놓는다.




 

2008. 2. 28. 09:30

추천 도서-몰입의 즐거움(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이희재,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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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즐거움
저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 역자 이희재 | 출판사 해냄출판사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아니 '행복'이란 무엇일까? 미하이 교수님은 행복은 스스로에게서 '발견(finding)'하는 거라고 주장합니다. 그 방법 중에 하나가 '몰입(flow)'이며 삶은 몰입 과정을 매 순간 경험하면서 성장하고 성장을 바탕으로 행복해 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원제는 'Finding Flow'입니다. 어쩌면 현재에 충실히 살다보면 행복은 따라 온다는 어른들의 말씀과도 묘하게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여느 자기계발서-이런 도서 분류가 있다는 것에 문득 깜짝 놀랍니다.-에서 처럼 몰입에 이르는 방법론을 제시하거나 예를 들어 설명하는 책은 아닙니다. 그저 몰입은 누구에게나 나름의 방식으로 이루어 질 수 있으며 몰입 자체를 찬양하는 책이죠.

그가 몰입 자체에 주목하는 이유는 '행복'이라는 상태는 개인별로 성향적 특성이나 교육의 영향으로 기술하는 방식과 정도가 모두 다르고 또 때로는 이에 대해 이율배반적으로 말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행복'의 눈금자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심리적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한 상태?-는 몰입의 결과를 통해 경험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경험을 좀 더 하고 싶다는 욕망은 자신을 좀 더 성장시키는 계기가 된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개인은 좀 더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우리는 몰입을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는 여러 ESM(Experience Sampling Method)이라고 부르는 실험 결과를 통해 이를 주장합니다. (이는 뭐 특별한 방법은 아니고 여러 사람의 경험을 모아서 특정 성향을 찾아보는 것인듯 합니다.)

그는 몰입이 실력과 과업이라는 그래프가 있을 때 두 가지 변수가 모두 높을 때 경험할 수 있는 이벤트라고 합니다. 뭔가 복잡해 보이지만 상식적으로 능력이 안되고 일이 많으면 걱정되고 높은 능력이지만 하는 일이 단조롭다면 지루함을 느낀다는 식으로 생각해 보니 확 눈에 들어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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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이 리뷰에 쓰여져 있는 내용보다 훨씬 대단한 책임에는 틀림없지만 한 사람의 행복이 몰입의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만족감 내지 성취감과 거기에서 얻어지는 안정감만으로 묘사되기에는 인간은 너무 복잡한 생물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책의 편집이  잘못됐는지 전개가 그다지 매끄럽지 않고 산만한 느낌이 들어서 '몰입'이 잘 안되기도 합니다..ㅎㅎ

어찌보면 진부한 주제에 대해 세련된 주장을 하는 이 교수님의 탁월함과 철학적 주제에 대한 학자적인 접근 방식이 기억에 남는 책이네요.. 다음은 짧은 교수님 인터뷰가 있어 링클걸어 봅니다.


2008. 2. 20. 09:30

추천 소설-달과 6펜스(서머싯 몸, 송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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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세계문학전집 38)
저자 서머싯 몸 | 역자 송무 | 출판사 민음사


가끔 미술관을 가지만 갈 때 마다 원숭이같이 시끄러운 꼬마놈들때문에 번번히 좌절하고 돌아오기 일쑤다. 물론 희미한 천재성에 모든 희망을 거는 위대한 어머님들의 손에 이끌려 나온 어린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래도 역시 미술관은 좀 조용해서 다른 차원에서 소환된 듯한 위대한 작품에 영혼마저 놀라버려 바보같이 울어도 남들이 힐끗힐끗-"엄마..저 아저씨 왜 울어..? 응...위험하니까 모른척해.."라는 상황극의 주인공이 되긴 싫잖...- 안쳐다볼 수있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이 책은 위대한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좀 더 드라마틱한 사건을 배치하여 구성한 소설이다. 나야 폴 고갱을 고등학교 미술시간에서 보고 들은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데다가 그림을 보고 크게 감동을 받아본 적도 없기 때문에 그림에 대해 뭘 좀 아는 척 해보고 싶지만 할 수가 없다. 다만 책을 읽고 나서 그의 행적이 궁금해 오규아님 블로그에서 몇 가지 정보를 얻었을 뿐이다.

이 책은 폴 고갱의 생애를 모델로 한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사람의 일생을 한 명의 냉소적인 작가가 재구성하는 형식으로 쓰여 있다. 이 책의 재미는 찰스 스트릭랜드의 기이한 사고방식과 언행, 비상식적인 행동도 흥미가 가지만 이 사람에 대해 서술하는 화자의 냉소적인 애정과 건조한 농담이 책을 읽는 동안 큰 재미를 주었다. 게다가 이러한 화자의 시선은 주인공뿐만 아니라 찰스 스트릭랜드의 부인의 허영과 더크 스트로브의 무능을 삐딱하게 바라보다가도 그들의 불행에 깊이 공감하는 식으로 일관성있게 적용된다.

이 책의 줄거리는 40대 중반의 증권 중개인이었던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갑작이 가족과 직장을 버리고 훌쩍 가출해 버린 것에 흥미를 느낀 화자가 그와 직접 겪었던 사건이나 그의 주변인물들을 취재하면서 그가 가족과 직장, 생활의 안락함 마저 버리고 추악하고 비참한 일생을 통해 추구하려고 했던 예술적인 어떤것에 대해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예술적 어떤 것은 일반적인 위인전에서 나오는 위대한 사람들의 태양과 같은 '밝음'이 아닌 악마적인 달콤함이 있는 '달빛'이라고 할 수 있다.(아마 그래서 달과 6펜스라는 제목이 아닐까라고 제멋대로 생각해 버렸다...ㅎㅎㅎ) 추악하고 끈적끈적거리지만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함인 것이다.

마이너한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나로서는 무척 재미있는 이야기 였다. 특이한 주인공을 냉소적인 화자가 건조한 농담과 냉담한 애정으로 서술하는 이야기라서 더욱 재밌게 읽었다...
2007. 11. 16. 09:00

추천 소설-위대한 왕(니콜라이 바이코프, 김소라, 아모르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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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왕 - 만주의 밀림을 호령한 한국 호랑이의 일생
저자 니콜라이 바이코프 | 역자 김소라 | 출판사 아모르문디


나는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21세기 민주 공화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왕의 귀환따위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니다.(대한 민국 대선 정국을 보노라면 분명 왕을 선출하는 행위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만..) 하지만 모든 남자 얘들이 그렇듯 위대한 왕의 이야기에는 열광하고 그들을 흠모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ㅎㅎㅎ

이 책은 만주의 넓고 울창한 밀림 '타이가'를 지배하였던 위대한 호랑이의 이야기이다. 왕의 범상치 않은 탄생(무려 백두산 호랑이의 후손이십니다..ㄷㄷㄷ)과 고난을 겪는 성장, 구성원들의 구심점이 되어 인간의 침략에 맞서 싸우다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는 이야기의 구조는 여느 영웅 대서사시와 다를바 없지만 30여년을 만주 밀림의 동식물을 관찰하고 토착민과 교류하면서 살아온 작가의 이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내공은 위대한 왕의 이야기를 더욱 찰지게 만든다.

모든 위대한 것들이 그렇듯 이 작품은 뛰어난 디테일들이 차곡 차곡 쌓여있는 보석상자 같은 이야기이다. 작가의 오랜 기간에 걸친 세밀한 관찰에서 나오는 호랑이의 생활은 너무나 생생해서 우리는 쉽게 호랑이에게 몰입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호랑이가 버터를 바른 비스킷을 깨물어 먹듯 맷돼지의 허벅다리살을 먹는 장면에서는 식욕이 생기고 인간들이 철도를 놓아 밀림을 파괴할 때는 까닭모를 분노가 생긴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반려자를 덫으로 죽인 인간에게 복수하기 위해 먹어버리는 장면에서도 그다지 거부감이 안생긴다. 게다가 작가가 직접 그린 멋진 삽화들이 드문 드문 포함되어 있어 우리의 상상력에 힘을 더한다.

번역도 깔끔하고 이야기도 재미있다. 위대한 왕의 이야기로서 부족함이 없다. 좋은 책이다.

 

2007. 9. 17. 17:33

추천 소설-태백산맥(조정래,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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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전10권)  
저자 조정래 | 출판사 해냄출판사 


이번 추석을 맞아 교보문고에서 44% 세일을 하길래 또 다시 구매해 버리고 말았다.(이제는 빌려주지도 말고 이사할 때 버리고 오지도 말아야지..ㅜㅜ) 슬슬 읽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건만 10여년 전 읽었을 때의 그 강력한 흡인력에 뒤지지 않는 몰입에 금세 빠져들고 말았다.(책을 읽으면서 읽을 분량이 줄어드는게 걱정되면서 책을 읽는 다는 경험은 참 신비롭다..)

벌써 몇 번째 읽는 것인지 기억도 안나지만 1권 첫 장의 묘사를 읽을 때 마다 이런 소설이 있다는 것에 감탄하고 만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끈끈히 이어져 가는 묘사와 물이 흐르는 듯한 서사는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아리랑 -> 태백산맥 -> 한강에 이어지는 조정래 선생님의 대하소설 세트도 판매중이니 한번 사보는 것도 좋겠다. (왜 나는 따로 팔 때만 사는거지..ㅜㅜ)
2007. 8. 9. 09:15

추천 소설-뉴욕 3부작(폴 오스터, 황보석,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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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페이퍼북) | MR KNOW 세계문학 17 
저자 폴 오스터 | 역자 황보석 | 출판사 열린책들 


나의 건조한 삶 속에서 활자들로 빼곡한 '책'이란 것이 없었으면 아마 나는 지독한 세상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스스로에게 견디지 못했을 거라고 말하는게 맞을거다. 어쨋든 수만개의 글자들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읽으며 삶의 공백을 메우다 보면 참을 수 없이 외로워질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못 먹는 쓴 술을 천천히 마셔보는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나에게 이러한 도시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책이다.

책은 3가지 중편 소설(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 있는 방)로 엮여 있고 추리소설의 장르적 형식을 취하는 한다. 갑작이 일어난 이벤트에 범인과 그를 쫓는 형사가 등장하고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갖가지 복선과 케릭터들이 등장하지만 통속적이어서 재미있는 다른 추리소설들과는 주제면에서 그 격을 달리 한다.(많은 추리 소설 애호가 들이 소리 높여 주장하는 추리소설의 '문학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ㅎㅎ)

3가지 이야기는 모두 '관찰'과 '기록'이라는 행위가 서술의 원동력으로 누군가를 쫓는 탐정은 조용히 누군가를 지켜보고 노트에 그의 사소한 일상들을 기록해 간다. 그러다가 주인공은 일련의 행위에 대한 목적의식이 점차 없어지고 행위 자체에 얽메이는 자신을 깨닫게 되다가 정체성에 혼란마저 느끼게 된다. "나의 행위는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으며 행위의 대상인 저자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탐정이 관찰자의 위치를 버리고 관찰대상에게 과감히 접촉하는 순간 대상은 사라지고 탐정만이 남게 되면서 다음 이야기로 슬며시 이어진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관찰'과 '기록'은 이이야기를 창조해 가는 작가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자신이 창조한 탐정의 행동을 관찰하고 또 그 행동들을 기록해 가면서 작가는 주인공과 동일한 갈등의 구조에 빠져드는 것이다. 참 기가막힌 구성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모두 뉴욕이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행동의 기술은 상당히 도회적인 감성이 물씬 풍겨난다. 번역은 잘 되어 있는 편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잡기가 힘들고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가 단편적이지 않기 때문에 단숨에 읽혀지지는 않는다. 아니 읽는 행위에는 상당히 애를 먹었다.

하루키씨의 건조한 문체에 매력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폴오스터의 소설 모두를 추천한다. (그도 매우 좋아하는 작가라고 한다.)
2007. 7. 25. 10:26

추천 도서-대한민국 개조론(유시민,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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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개조론  
저자 유시민 | 출판사 돌베개 


비범(非凡)한 사람은 드문 편이다. 똑똑하면서 성실하기까지한 사람은 더욱 주위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 직종군을 행정직 공무원으로 한정짓자면 이러한 사람을 찾는 것은 더욱 난처한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여러 방면에서 놀라운 국가인 대한민국에는 비범하면서 성실하고 열정적이기까지한 정치인이 존재한다. 게다가 그는 언변이 유창하고 글재주가 탁월하기까지 하다. 바로 유시민씨가 그렇다. 물론 개인적인 판단일 뿐이다.

내 나이 또래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정치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국회에서 져먼스플렉스나 하이킥, 암바, 그래플링이 난무하는 무규칙 이종격투기를 9시 뉴스에서 볼때면 세금이 아깝구나 하고 생각하는 정도이다. 분명 대한민국에서 상위 1~2%내의 교육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인데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나같은 범인(凡人)은 역시 이해할 수가 없는 곳이다. 세상은 2:8 법칙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정치인들도 예외는 아니겠지만 대한민국 국회는 너무 효율이 낮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첨단의 고도화된 자본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 이러한 직업군이 버젓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꼴사납다.

하지만 그 와중에 구태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어금니를 꽉 깨물고 실천에 옮기는 몇 몇 정치인들이 눈에 띈다. 이 책은 내가 이러한 정치인이라고 믿는 유시민씨가 자신의 정치 경험과 그 과정에서 느낀점을 솔직한 어투로 작성한 글이다. 또한 국민 주권 국가인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주인으로서의 자각을 가지고 근거에 입각한 정확한 판단을 내려주십사 상소하는 글이다.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하는 주장과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 특유의 시니컬한 농담이 그대로 녹아들어간 이 책은 한명의 정치인으로서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참여정부와 그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밖으로는 '선진통상국가', 안으로는 '사회 투자 국가'로의 비전을 제시하는 글이다. 왜 이러한 비전을 제시했으며 이러한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참여정부와 그가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 와중에 어떤 어려운 점들이 있었는지를 아우르고 있다. 이 중 '사회투자국가'라는 개념이 상당히 신선했다.(선진통상국가는 선택사항이 아니니...)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사회투자국가'는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생계수단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복지국가'에서 진보된 개념으로 개인들의 삶의 실현의 기회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공하려는 개념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이러한 사회투자국가로 진화해야한다고 주장 한다. 50년 동안 세계적으로 유래없는 성공한 국가 대한민국은 이제 빠르게 늙어가 고령화 사회의 문턱에 있으며 이러한 추세로는 과거 '자본'과 '노동력'을 투입하여 이루던 경제성장 방식은 성공할 수 없고 '개인들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경제성장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행복한 개인이 생산성 또한 높다는 가정아래 국가는 개인들의 행복한 생활환경 조성에 적극 개입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입에 발생하는 비용을 '투자'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을 실현 시키기 위한 재원마련 방법에 대한 고민과 일자리 창출 방법, 특정 정책의 개선 방법 등을 제시하면서 주장하는 이러한 정책은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정치인이 할만한 일이고 근거에 입각한 그의 주장은 합리적이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언론은 그의 주장을 '대선용 선심공약'이라는 딱지를 붙여서 그냥 매장해 버렸다.

그의 작은 소망은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알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하고 물어봤을 때 자신이 기울인 노력만큼은 아니더라도 진지하게 듣고, 필요하면 관련 자료를 찾아서 생각해 보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8개월에 걸친 수십명의 노력에 대해 한번 쓰~윽 훓어 보고 한 가지 단점을 찾아내어 '빨간딱지'를 딱 붙인다음 사장시켜버리는 짓으로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호소한다.

바쁜 국민 중의 한사람으로서 모든 정책을 찾아서 읽어보는 짓따위 할  수 있을리 없지만-틀림없이 죽고 말껄?- 토론의 장마져도 갖지 못한채 온갓 욕설과 방해 속에서 공공의 이익이라고 믿는 가치를 향해 고군분투하는 그에게 박수와 경의를 보낸다. 또한 적절한 토론의 장을 마련해달라는 국민들에게 하는 그의 요구에 합리성을 느낀다. 이번엔 그다지 투표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의 작은 한표로 그의 호소에 부흥할 수 있다면 투표해야겠다.
2007. 7. 5. 09:33

추선 도서-오늘의 세계적 가치(브라이언 파머, 신기섭, 문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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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계적 가치 - 세계의 지식인 16인과 하버드생의 대화  
저자 브라이언 파머 | 역자 신기섭 | 출판사 문예출판사


intempus님의 블로그에 강력히 추천되어 있길래 읽어보았더니 너무 좋아 나도 덩달아 "무조건 사서 보세요" 라고 외치고 싶다.

'왜 풍요로운 세상에서도 불평등은 멈추지 않는가'

현재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지독한 빈부격차와 깨끗한 물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비참한 기아, 구린내가 풀풀 나는 전쟁, 환경파괴 등에 대해 지식인들의 솔직한 대답을 모아놓은 책이다. 수준 높은 질문들에 대해 왕성한 사회 참여와 깊은 성찰에서 우러나는 명사들의 대답들은 나의 희미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명사들이 강연을 하지 않고 바로 질문과 답으로만 강좌를 구성했다는 것에도 신선한 느낌이다. '대학'이라는 곳에서 하나의 사회적 객체로 동작하도록 열심히 '지식습득'에만 열을 내보았던-결국 쓸모없음이 밝혀졌지만-나로서는 지구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이나 나와 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책이다.

번역은 상당히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있어서 읽기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좋은 책이다.

나오미 클라인(언론인)
"...문제가 너무나 거대해서 그냥 집에 앉아 텔레비전이나 봐야겠다는 느낌에 압도당할 때 사람들은 시급성을 잃게 됩니다.그래서 작은 것 부터 시작해야 합니다.개인적으로 시작하는 거죠.여러분에게 영향을 끼치는 어떤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거대한 쟁점들과 이 모든 사적인 연결고리를 갖고 있지만 여기서 그치는 건 아닙니다.이걸 입구로 이용해야하고 이어서 이런 부정행위가 가능하게 해주는 정책과 권력 체제에 대해 말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2007. 6. 19. 16:19

추천 소설-시계태엽 오렌지(앤서니 버지스, 박시영,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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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태엽 오렌지 (세계문학전집 112) 
저자 앤서니 버지스 | 역자 박시영 | 출판사 민음사  



생각 거리가 너무 많아서 읽기 힘들었던 '지하 생활자의 수기(도스토예프스키, 이동현, 문예)'를 읽고 바로 '파리대왕(윌리엄 골딩, 유종호, 민음사)'을 읽던 도중 세심하지 못한 번역에 짜증이 왈칵 밀려와-분명 번역보다는 나의 난독증이 문제임에 틀림 없지만-한 동안 번역책들을 멀리 하고 있다. ('지하 생활자의 수기'는 몇 번 더 읽어볼 생각이지만 '파리대왕'은 개정판을 기다려 보련다.) 작은 생채기들로 엉클어진 마음을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피천득, 샘터)'에 나오는 따뜻한 글들로 재빨리 달래본 후 다시 잡게된 책이다.

이야기는 '강함'을 모럴(morals)로 생각하는 15세의 알렉스라는 소년이 더 '강한' 사회체제와 이를 유지하는 자들에게 '희생'당하는 내용이 강렬한 사건들이 연속되면서 진행된다.

초반 알렉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 알렉스 무리(알렉스, 피트, 조지, 딤)가 벌이는 거대한 폭력과 악날한 범행 장면은 작가가 1962년 이 작품을 발표하고 상당한 비난을 받게되었던 빌미가 되었다. 나 역시 읽는 내내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나도 제법 '정상인'이라구~ ㅎㅎ) 도대체 작가는 이녀석을 가지고 어떻게 결말을 낼지 전반부를 읽는 내내 궁금했다.

그러나 알렉스가 교도소로 들어가고 루도비코 요법을 받게 되는 후반, 고통받는 알렉스를 보면서 헐리우드 악당들이 좌절-악당들이 '좌절'하는 것은 조금 좋아(* ′∀`) 한다는...-당하는 것을 보는 것처럼 통쾌한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알렉스 스스로 뉘우친다거나 후회 하는 것이 아니고 그를 강렬한 폭력으로 '수정'해 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마음 속은 여전히 추악한 감정들로 들끓지만 '수정'된 육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렇게 '악(惡)'을 '거세'당한 알렉스보다 순수하게 자신의 '추악함'을 추구했던 전반부의 알렉스가 오히려 '인간'다워 보일 지경이다.

이야기의 결말은 정치적인 협작과 복수, 다양한 종류의 폭력, 사회 체제의 허구성 등을 암시하는 이벤트들이 계속되다가 상당히 뜬금없는 결말을 맞는다.(내게는 엉뚱하게 느껴졌다.)

순수하게 엔지니어적인 관점에서 폭력을 더 큰 폭력으로 제압하는 것이 단기적인 '가격대 성능비'가 좋다고 하더라도 '상호 양해'를 거대한 모듬살이의 기본적인 '약속'으로 삼아야 한다고 믿는 나같이 건전한(워~~(´ д`)거기 돌은 내려 놓고 얘기하자고...) 사람들에게 '폭력'은 최종의 친선 수단으로 남겨두고 싶다.

요즘 같이 흉흉한 시대에 추악한 범죄 소식과 그 소식에 반응하는 인터넷 댓글을 보면서 도대체 수 백만년 전에 불쑥 나타나 옹기종기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친 인류가 또 다른 상부 구조-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나는 이런게 있다고 믿는다-로 진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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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소설을 뛰어넘는 스탠리큐브릭 감독의 동명의 걸작 영화가 있다고 하니 주말에는 이 영화나 감상해 봐야 겠다.

2007. 5. 31. 09:55

추천 소설-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Mark Haddon, Vin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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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 [Paperback]
저자 Haddon, Mark | 출판사 Vintage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 가 있다.

왜 사람들은 마음속 진심을 말하지 않는가? 왜 진심이 아닌 말들을 그렇게나 많이 하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아무 소리도 지르지 않고 빛, 소리, 냄새, 촉각 그리고 미각 같은 혼란스러운 감각들을 참아낼 수 있는지? 왜 모든 사람들을 똑같이 대하지 않는지? 왜 사람들은 그토록 복잡한 감정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 왜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사회적 신호들을 주고받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것들을 다 이해하는지? 왜 그렇게 흥미 진진한 기차 시간표, 우주 속의 별 들의 운행 경로, 소수, 증명 등에 사람들은 그렇게 따분하다는 표정을 짓는지...(마지막은 거짓말~ㅎㅎ)

물론 이런 생각이 든다고 해서 이 책의 주인공인 크리스토퍼와 같이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 Syndrome)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이 책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잘 이해할 수 는 없지만 자신의 세계는 확고하고 그 세계에서 멋지게 살아가는 주인공인 크리스토퍼의 이야기 이다.

크리스토퍼는 세계의 모든 수도 이름을 알고 있으며 소수(Prime Number)를 7,057까지 외우고 있다. 귀여운 애완용 쥐를(ㄷㄷㄷ...) 기르고 개를 좋아 하지만 타인이 자신에게 접촉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싫은일이 있으면 소리를 지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상대방을 때리거나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휘두르기도 하지만 그 것은 험난한 정글과 같은 사회속에서 그가 가지는 작은 발톱같은 것이다. 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어느날 크리스토퍼는 건너집 앞마당에서 정원용 갈퀴 같은 것에 찔려 죽어 있는 Wellington을 발견하고 범인을 잡기로 결심한다. Wellington은 건너집 애완견으로 개를 좋아하는 크리스토퍼는 열심히 조사를 시작한다. 여러 가지 사건과 진실이 밝혀지고 결론은 점차 수학의 증명 문제로 흘러가게 되는데...(잉?)

크리스토퍼의 독특한 시선과 논리적인 문체가 이 책의 상당한 재미를 가져다 준다. 소설 속에서 메타포나 복선따위는 배제한다고 작가님이 친히 말씀해 주시기 때문에 원서를 읽게 되었을 때 생기는 의미의 혼란도 없다. 또한 어려운 수학, 물리, 천문학-다시말하지만 이건 소설이다..ㅎㅎ-을 설명할 때는 친절하게 그림과 도표까지 곁들이기 때문에 더욱 이해하기 쉽다. 영문에서 익히 알려진 반복된 단어의 치환이나 생략이라든가 주어의 생략 같은 것은 우리 크리스토퍼에게 용납되지 않는다.(그래서 읽다보면 가끔 답답하기도 하지만..)

단어도 쉽고 문장도 명쾌해서 쉽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꽤 오래 걸린 것 같다.... -   _-;;;;;;;
무려 십수년의 영어 공부의 무상함이여~ 쿨럭..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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