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22. 17:17

친밀감과 신뢰감

" 내게 신뢰감은 상대가 나의 예상치 내에서 반응하는 행동 양식에 대한 능동적 기대치이다. "

" 내게 친밀감은 비교적 최근 나에게 노출된 횟수와 호감도의 가중치 곱에 비례하는
  타인에 대한 수동적인 양해정도이다. "


요컨데 내게 거의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매일 보게 되는 직장 동료들은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존재지만 신뢰감을 느낄 수 있는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옛말에 알고 보면 나쁜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 있는데 친밀감이란 오래 시간 같이 지내다 보면 수동적으로 쌓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뢰감이란 타인을 오랜 시간 동안 겪으며 그의 일관된 행동 양식을 의식/무의식 적으로 '관찰'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쌓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내게 친밀감은 감정의 영역이며 모호하고 따뜻하지만 기대없음의 영역이다. 반대로 신뢰감은 이성의 영역이며 비교적 명확하고 차갑지만 기대감을 가지게 만드는 감정이다. (이미지와 신뢰감의 관계는 나중에 다시 한 꼭지 글로 정리해 봐야지..)

사실 두 가지 감정은 명확한 구분이 어렵고 함께 쌓이거나 흩어지기 때문에 나의 힘과 방향성의 심리 좌표에서는 유사한 벡터값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감정에 대해서 어느 틈엔가 나에게는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국지적-슬프지만 나쁘지 않은-인 나의 인간관계에서 나도 모르게 남들에게 상처를 주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근 이직 과정을 겪으며 사실 이해는 가지만 도저히 감정적으로는 받아드릴 수 없는 상사님들의 반응을 보며 찬찬히 나를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긴 기간 동안 많은 힘든일을 헤쳐오며 나는 그들에게 친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신뢰감을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적잖은 실망감을 나타내는 당신들께 죄송하긴 하지만 죄책감을 가질 수 는 없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 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이렇게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며 상대방의 목마름으로 인해 나의 물그릇에 물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역시 상처받고 오류를 범하는 한명의 평범한 범부이기에 이렇게 쌍방의 오해로 인해 일어나는 인간관계의 충돌은 슬프고 마음을 무겁게 한다.

2008.04.22. 전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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