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1. 16. 09:00

추천 소설-위대한 왕(니콜라이 바이코프, 김소라, 아모르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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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왕 - 만주의 밀림을 호령한 한국 호랑이의 일생
저자 니콜라이 바이코프 | 역자 김소라 | 출판사 아모르문디


나는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21세기 민주 공화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왕의 귀환따위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니다.(대한 민국 대선 정국을 보노라면 분명 왕을 선출하는 행위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만..) 하지만 모든 남자 얘들이 그렇듯 위대한 왕의 이야기에는 열광하고 그들을 흠모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ㅎㅎㅎ

이 책은 만주의 넓고 울창한 밀림 '타이가'를 지배하였던 위대한 호랑이의 이야기이다. 왕의 범상치 않은 탄생(무려 백두산 호랑이의 후손이십니다..ㄷㄷㄷ)과 고난을 겪는 성장, 구성원들의 구심점이 되어 인간의 침략에 맞서 싸우다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는 이야기의 구조는 여느 영웅 대서사시와 다를바 없지만 30여년을 만주 밀림의 동식물을 관찰하고 토착민과 교류하면서 살아온 작가의 이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내공은 위대한 왕의 이야기를 더욱 찰지게 만든다.

모든 위대한 것들이 그렇듯 이 작품은 뛰어난 디테일들이 차곡 차곡 쌓여있는 보석상자 같은 이야기이다. 작가의 오랜 기간에 걸친 세밀한 관찰에서 나오는 호랑이의 생활은 너무나 생생해서 우리는 쉽게 호랑이에게 몰입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호랑이가 버터를 바른 비스킷을 깨물어 먹듯 맷돼지의 허벅다리살을 먹는 장면에서는 식욕이 생기고 인간들이 철도를 놓아 밀림을 파괴할 때는 까닭모를 분노가 생긴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반려자를 덫으로 죽인 인간에게 복수하기 위해 먹어버리는 장면에서도 그다지 거부감이 안생긴다. 게다가 작가가 직접 그린 멋진 삽화들이 드문 드문 포함되어 있어 우리의 상상력에 힘을 더한다.

번역도 깔끔하고 이야기도 재미있다. 위대한 왕의 이야기로서 부족함이 없다.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