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20. 09:30

추천 소설-달과 6펜스(서머싯 몸, 송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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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세계문학전집 38)
저자 서머싯 몸 | 역자 송무 | 출판사 민음사


가끔 미술관을 가지만 갈 때 마다 원숭이같이 시끄러운 꼬마놈들때문에 번번히 좌절하고 돌아오기 일쑤다. 물론 희미한 천재성에 모든 희망을 거는 위대한 어머님들의 손에 이끌려 나온 어린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래도 역시 미술관은 좀 조용해서 다른 차원에서 소환된 듯한 위대한 작품에 영혼마저 놀라버려 바보같이 울어도 남들이 힐끗힐끗-"엄마..저 아저씨 왜 울어..? 응...위험하니까 모른척해.."라는 상황극의 주인공이 되긴 싫잖...- 안쳐다볼 수있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이 책은 위대한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좀 더 드라마틱한 사건을 배치하여 구성한 소설이다. 나야 폴 고갱을 고등학교 미술시간에서 보고 들은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데다가 그림을 보고 크게 감동을 받아본 적도 없기 때문에 그림에 대해 뭘 좀 아는 척 해보고 싶지만 할 수가 없다. 다만 책을 읽고 나서 그의 행적이 궁금해 오규아님 블로그에서 몇 가지 정보를 얻었을 뿐이다.

이 책은 폴 고갱의 생애를 모델로 한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사람의 일생을 한 명의 냉소적인 작가가 재구성하는 형식으로 쓰여 있다. 이 책의 재미는 찰스 스트릭랜드의 기이한 사고방식과 언행, 비상식적인 행동도 흥미가 가지만 이 사람에 대해 서술하는 화자의 냉소적인 애정과 건조한 농담이 책을 읽는 동안 큰 재미를 주었다. 게다가 이러한 화자의 시선은 주인공뿐만 아니라 찰스 스트릭랜드의 부인의 허영과 더크 스트로브의 무능을 삐딱하게 바라보다가도 그들의 불행에 깊이 공감하는 식으로 일관성있게 적용된다.

이 책의 줄거리는 40대 중반의 증권 중개인이었던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갑작이 가족과 직장을 버리고 훌쩍 가출해 버린 것에 흥미를 느낀 화자가 그와 직접 겪었던 사건이나 그의 주변인물들을 취재하면서 그가 가족과 직장, 생활의 안락함 마저 버리고 추악하고 비참한 일생을 통해 추구하려고 했던 예술적인 어떤것에 대해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예술적 어떤 것은 일반적인 위인전에서 나오는 위대한 사람들의 태양과 같은 '밝음'이 아닌 악마적인 달콤함이 있는 '달빛'이라고 할 수 있다.(아마 그래서 달과 6펜스라는 제목이 아닐까라고 제멋대로 생각해 버렸다...ㅎㅎㅎ) 추악하고 끈적끈적거리지만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함인 것이다.

마이너한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나로서는 무척 재미있는 이야기 였다. 특이한 주인공을 냉소적인 화자가 건조한 농담과 냉담한 애정으로 서술하는 이야기라서 더욱 재밌게 읽었다...